미국의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 중싱(中興·ZTE)에 대한 이례적인 제재로 '치명타'를 입은 중국이 자주혁신으로 세계 과학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재차 다졌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 원사(院士)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중국은 강성하고 부흥해야 한다"며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세계 과학·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중국 과학 인재들이 세계 첨단기술 개발과 발전이라는 역사적 중책을 맡아야 한다"며 "신(新)시대 기술 혁신의 선도자로 나서 중국을 세계적인 과학기술 강국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중국의 산업 선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 딴지를 거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미·중 무역협상에 있어 이와 관련한 양보가 없음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은 "압도적인 기술 강국인 미국이 중국의 빠른 성장을 의식해 이를 억압하려 한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제조 2025'는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 첨단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중국의 성장목표와 연관된 핵심 발전전략으로 중국이 이 부분에서 양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특히 ZTE가 사지로 몰렸다가 미·중 간 합의점을 찾아 기사회생하는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의 '핵심기술' 확보에 대한 의지가 더욱 확고해졌다고 SCMP는 전했다.
위안강밍(袁鋼明) 칭화대 경제학 교수는 "ZTE 사태는 중국의 기술력이 여전히 부족하고 정부 차원의 정책을 통해 해결할 난제가 있음을 확실하게 알려줬다"면서 "또한, 중국의 첨단산업이 여전히 뒤처져 있고 이러한 상황이 국가 간 경제협력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인지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란 제재안 위반 등을 이유로 ZTE에 7년간 미국 제품 수출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던 미국은 지난 25일 관련 제재를 취소하고 대신 13억 달러의 벌금, 경영진 교체, 미국 감시인력 파견 등을 중국에 요구했다.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ZTE 사태는 일단락된 상태다.
내달 2~4일에는 미·중 무역대표단의 3차 협상이 펼쳐질 예정으로 핵심 이슈에서 구체적인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