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 사지로 몰린 중국 2위의 통신장비제조업체 중싱(中興·ZTE)에 대한 제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미국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상처만 가득한 '승리'라는 목소리를 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미국 행정부가 25일(현지시간) ZTE에 대한 7년간 미국 제품 수출 금지 제재를 취소하고 대신 거액의 벌금과 경영진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하는 내용을 의회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브스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최근 전화로 ZTE 제재를 취소하면 무엇을 하겠냐 물었더니 시 주석이 5억 달러의 벌금과 경영진 교체가 가능하다고 답했다"면서 "이후 협상 끝에 13억 달러(약 1조4000억원) 벌금으로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간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ZTE가 제재로 많은 일자리를 잃는 등 타격을 받아 이를 해결하는 조치를 당국에 지시했다는 트윗을 올린 바 있다. 이는 중국 베이징에 이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양측 협상 대표단이 일정부분 합의점을 도출한 데 따른 결과다. 양국은 내달 초 중국에서 3차 협상을 펼칠 예정이다.
해당 소식과 함께 중국이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의 네덜란드 기업 NPX 인수를 승인할 움직임이 감지됐다는 보도도 나와 서로 '주고 받기'를 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만의 중국시보는 미국이 ZTE에 대한 수출 제재를 취소하는 대신 △13억 달러의 벌금 △경영진 교체 △미국 측의 준법감시인 고용 △미국 법규 준수 및 감독 허용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고 자세히 소개했다. 일단은 생사기로에 있던 ZTE가 살아날 활로를 얻었다는 의미이고 미·중 무역협상에도 '청신호'로 긍정적인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중국 뉴스포털 소후닷컴은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의 한 누리꾼이 "중국이 결국 승리를 거뒀다"고 환영했지만 승리가 가져온 희생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미국의 제품에 부품의 25% 가량을 의존하고 있는 ZTE는 제재로 이미 최소 200억 위안의 손해를 입었고 위안화로 환산하면 83억 위안 가량의 추가 벌금까지 고려하면 300억 위안(약 5조700억원)의 손실이 입었다는 설명이다.
또, 자체 기술개발의 성과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취소에 조건을 걸었는데 반드시 미국산 부품을 대량 사용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체기술을 개발해 부품을 생산하는 길이 요원해지게 됐다는 의미다.
경영권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제재 취소와 함께 경영진이 전격 교체되고 미국의 감시인력을 고용하게 되면서 내부 관리 권한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