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심사위원회 규제 심사를 통과한 보편요금제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상반기 내에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보편요금제란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월 2만원에 제공하는 요금제를 말한다. 이동통신 3사의 기존 3만원대 요금제를 1만원 가량 낮춘 것으로,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의 핵심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보편요금제 도입 시 이동통신사들의 매출 감소 규모는 연간 7812억원이다. 이동통신 3사 지난해 매출(52조1867억원)의 1.5% 수준이다. 여기에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20%→25%), 취약계층 요금 추가 감면 등 다른 통신비 절감 대책의 영향까지 더하면 올해 이통사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는 제로레이팅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로레이팅이란 이동통신사와 인터넷‧콘텐츠 기업이 제휴해 이용자의 데이터요금을 면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용자가 내야 할 비용을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가 분담하는 게 골자다.
지난 1월 10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대표가 가진 간담회에서 황창규 KT 회장은 “5G 시대가 되면 동영상 용량이 폭발하는 데 소비자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제로레이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또한 단말기 제조사와 콘텐츠 사업자도 망 유지 비용 등을 분담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이 13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8%가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79%는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망중립성 원칙과 공정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로레이팅 도입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통신비 인하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소비자가 내는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는 것일 뿐 전체 통신비는 변동이 없다는 얘기다. 협상력‧자금력 있는 IT 대기업의 영향력이 강화돼, 중소‧스타트업 기업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제로레이팅은 통신비를 내는 주체만 달라질 뿐 전체 통신비를 낮추는 효과는 없다”며 "예전보다 중소 인터넷, 콘텐츠 기업들의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