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와 일정, 장소를 결정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두차례 방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폼페이오 장관의 옆자리에 배석해 유독 시선을 끄는 은발의 남성이 있다. 한반도 전문가로 통하는 앤드루 김(Andrew Kim)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0일 공개한 북·미 고위급 회담 사진에서 앤드루 김은 폼페이오 장관 옆에 앉아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관계자들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앤드루 김은 미 중앙정보국(CIA) 산하 KMC(Korea Mission Center·코리아임무센터) 센터장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북핵 비핵화를 위한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데 앤드루 김이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앤드루 김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이용호 외무상 등 북측 인사들과 같은 쪽에서 마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앞서 사전에 평양에 입국, 실무 조율에 나섰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앤드루 김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도 한국에 머무르면서 맹경일 북한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과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관계자와도 친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앤드루 김은 올해 초부터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수시로 한국을 오가며 미국 정보 당국과 한국 정부 간 긴밀한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탄 데는 한반도 전문가인 앤드루 김의 역할이 주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KMC의 역할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정부가 특정 정권을 겨냥한 조직을 신설한 것도 특이하지만 통상 정보기관의 조직과 인력 등을 비공개로 유지한다는 통념을 뒤집고 상당 부분 공개한 탓이다.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던 당시에는 '북한 정권 흔들기'의 성격이 강했지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적극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KMC 조직의 성격 자체도 달라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KMC가 보유한 북한 관련 정보를 향후 어떻게 소비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