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사회책임투자(ESG) 지표

2018-05-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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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 갑질'도 9월 말에야 반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내놓는 사회책임투자(ESG) 지표를 못 믿겠다는 지적이 많다. 지표 수정이 연간 한 차례만 이뤄진다. 총수 일가가 '갑질'이나 탈세로 문제를 일으켜도 제때 지표에 반영하기 어렵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원은 오는 7·9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ESG 등급을 2017회계연도 기준으로 발표한다. 7월 초 지배구조 등급을, 9월 말에는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등급을 내놓는 식이다. 어느 등급이든 이처럼 연간 변경 횟수는 한 차례뿐이다.

반대로 신용평가사는 이슈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기업 신용등급을 바꾼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일으킨 갑질 논란을 오는 하반기 등급 변경에 반영하기로 했다. 7·9월 ESG 등급 평가는 2017년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 일어난 이슈도 일부 반영할 수 있다.

조현민 전 전무는 '물컵 갑질' 논란을 올해 4월 일으켰다. 5개월 후인 9월 말이 돼서야 ESG 등급을 바꾼다는 얘기다.

2014년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저지른 '땅콩회항'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듬해에 이뤄진 EGS 평가에서야 등급이 A에서 B+로 한 단계 떨어졌다. 기업지배구조원은 B 이하 등급일 경우 투자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종목으로 분류한다.

ESG 등급은 투자지표로도 자주 쓰인다. 등급 변경 방식을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설명회(IR) 같은 대외활동이나 외부에 배포하는 참고자료에 ESG 등급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환경경영과 사회책임경영 부문은 상장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나 기업별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을 토대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충분한 수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는 국내 기업은 2016년 기준 80곳을 겨우 넘었다. 전체 상장사 가운데 약 3%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이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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