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강도 높은 대이란 경제 제재도 부활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 핵협정을 “끔찍하고 재앙적”이라고 비난하면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재개되면 이란과의 새로운 계약이나 금융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기존에 이란과 거래하던 기업들이나 은행들은 거래를 정리할 수 있도록 90일이나 180일의 유예기간을 갖는다.
이란 핵협정은 2015년 오바마 정부가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과 함께 이란의 핵동결을 조건으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행 이란 핵협정은 10~15년의 일몰 기간이 끝나면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서 대선 당시부터 이란 핵협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핵협정 탈퇴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핵프로그램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불완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더 이상 빈말로 협박하지 않는다. 나는 약속한 것을 지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 새로운 협정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우리 모두가 원하는 평화와 안정을 위해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란을 압박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강력 반발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이 약속을 깨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이란 원자력기구에 산업용 우라늄 농축을 시작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선 핵협정을 두고 나머지 당사국과 협의할 것이며 종전의 핵협정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핵협정 당사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핵협정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이란 핵협정을 지키기 위해 전념할 것”이라며 “다른 당사국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의 우방이자 중동에서 이란과 대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를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