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남북의 '평화 무드'에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주요국가의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한 ADB 연차총회에서도 남북경협과 관련된 관심은 뜨거웠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은 지난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18차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대한민국과 북한 양국 정상 간 이뤄진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고 향후 역내 지정학적 긴장 완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당초 공동선언문에는 판문점 선언과 관련된 내용이 없었다. 그러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본, 중국 측에 판문점 선언을 설명하고 지지와 협력을 요청해 최종적으로 공동선언문에 관련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조연설에도 중국과 일본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경협의 최근 진행 상황을 넣었다.
이날 오후 아세안 국가들까지 더한 회의에서도 판문점 선언은 화제였다. 아세안+3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한국과 북한 정상간 이뤄진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고 향후 역내 지정학적 긴장 완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부총리는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세안+3 회의에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만장일치로 이의 제기 없이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일 김 부총리는 마닐라 ADB(아시아개발은행) 본부에서 나카오 다케히코 ADB총재와 만나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소개했다. 이어 "향후 한반도 상황 진전에 따라 ADB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북·미 정상회담 추이와 이후 상황 진전에 따른 ADB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4일 제 21차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직후 마닐라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세계 정상들의 관심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만난 중앙은행 총재들 중 남북 관계에 대해 물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며 "이번에 만난 총재들도 연임 축하와 함께 곧바로 북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고 밝혔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대한 경제적 영향에 대해 중앙은행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한은이 북한경제실을 중심으로 북한 연구는 적지 않게 해왔다"며 "통일 관련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별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특히 통화제도나 외환관리와 관련된 연구 많이 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개방하고 어느 정도 시장경제 원리를 받아들이게 되면 통계 인프라 확충과 지급결제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