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사장이 이끄는 삼성SDI가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16년만 해도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3월 전 사장의 취임 이후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소형·중대형 전지 등 안정적인 수익확보
소형전지는 전동공구용 원형 전지 매출 증가와 폴리머전지 주요 고객 신제품 출시 효과 등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중대형전지는 유럽 전기차 공급 지속과 ESS 판매 증가로 매출 성장세가 지속됐다.
전자재료사업부문은 4899억원으로 전년(4805억원) 대비 2.0% 늘었다. 반도체 소재는 고객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해 매출이 증가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와 태양광 페이스트는 전방 수요 감소 영향을 받아 매출이 다소 감소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삼성SDI의 이 같은 호실적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삼성SDI는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특히 2016년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로 영업손실이 무려 9263억원에 달했다.
◆ 전영현 리더십 빛났다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침체에 빠진 삼성SDI에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전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D램 개발실장, 메모리사업부장 등을 거친 '반도체 기술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그는 취임 이후 생산 공정 개선, 기술 중심의 체질 개선 주도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고, 위축된 사내 분위기 쇄신에 힘을 쏟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중대형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전 사장은 올해부터 중대형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유럽 배터리 공장 양산을 상반기로 앞당기는 등 삼성SDI가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헝가리 공장은 유럽 고객이 90%인 삼성SDI에게 향후 전략적 요충지가 될 전망이다. 또 삼성SDI가 독일 폴크스바겐과 BMW 등을 전기차 배터리 주요 고객사로 두고있기 때문에, 고객사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I가 올 하반기부터 중대형 배터리와 전자재료사업 실적의 증가로 본격적 성장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SDI는 하반기에 모든 사업부문에서 성장이 기대된다"며 "중대형 배터리 흑자 전환과 전자재료사업 성수기 효과가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 사장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고 봤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삼성SDI의 고객사 기반이 넓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주고객인 BMW와 폴크스바겐 등은 현재 삼성SDI 외에도 다른 업체의 배터리도 받고 있어 물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 시안(西安) 등에 위치한 삼성SDI 중국 전기차배터리 생산법인은 '사드보복' 등으로 사업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여러 차례 발표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차량 목록에서 삼성SDI 등 한국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모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등의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은 삼성SDI가 풀어야할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전지의 수익성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면서도 "중대형 전지에서는 미국·인도 등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큰 국가로 진출을 확대하는 등 수익처 다변화 전략이 향후 실적에 변수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