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베트남 증시가 지난 4월 세계 최악의 주식시장으로 몰락했다.
지난달 27일 베트남 호찌민증권거래소(HOSE)의 VN지수는 전일 대비 0.52% 오른 1050.26포인트(p)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는 10일 1211.34p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고, 4월 한 달간 12.23%가 빠진 것이다.
베트남 주식시장의 부진은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베트남 건국의 시조인 흥붕왕(Hung Vuong) 추모 기념으로 휴장한 25일을 제외하고 4거래일 동안 VN지수는 전주 대비 6.2%의 급락세를 보였다. 하노이증권거래소의 HNX지수는 7.5%가 빠졌고, UPCOM지수는 3%가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215조동(약 10조1050억원)이 증발했다.
현지 경제매체 베트남비즈는 “지난달 넷째 주에 VN지수는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고 이로 인해 베트남 증시는 4월 ‘세계 최악의 주식시장’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며 “대형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강한 매도세가 시장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30일은 베트남 남부해방기념일로 휴장했다.
6~7%대의 경제성장률과 정부의 지원책에 치솟은 베트남 증시는 국내외 투자자에게 기회의 시장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국영기업 민영화와 외국인직접투자(FDI) 확대 정책에 힘입어 베트남 증시는 지난해 1년간 48%가 상승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기 시작할 때도 굳건한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올 초부터 지난 4월 초까지만 해도 베트남 증시 상승률은 22.4%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4월 11일 호찌민시에서 발생한 피해규모 6억6600만 달러(약 7112억원)의 가상화폐 사기 사건 소식이 전해졌고, 이로 인해 현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베트남 증시는 내림세를 타기 시작했다.
베트남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은 70~80%에 달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 위축은 시장 전체의 부진으로 이어진다.
싱가포르 메이뱅크킹앰(Maybank Kim Eng)은 “최근 베트남 주식의 급락세 배경에는 가상화폐 사기 사건이 있다”며 “베트남 개인투자자들은 가상화폐로 얻은 이익을 주식시장에 재투자했는데 이번 사기 사건으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상쇄하고자 다른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주식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국채 급등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앞서 베트남 주식시장은 은행·부동산·금융 등 대형주에 몰린 외국인 투자자들 덕분에 다른 주식시장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이 사라지자마자 급격한 조정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베트남비즈는 “외국인 투자가 집중된 VN지수의 시가총액은 베트남 전체 주식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대형주가 몰린 VN지수에서 대부분 발생한 것이 베트남 증시 추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증권 전문가들은 베트남 증시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베트남의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롱비엣증권은 올해 VN지수의 합리적인 거래 범위를 1151~1170p로 잡았다.
한편 올해 베트남 주식시장에는 거침없는 기업공개(IPO)가 이어질 예정이다.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은 “정부의 국영기업 민영화 가속화로 올해 주식시장의 공급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며 “평균 유동성은 거래당 2억7200만 달러(약 2911억7600만원)로 지난해보다 25%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