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에 대해 구체적인 '완전한 비핵화' 방안이 빠진 '위장 평화쇼'라며 대여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정국 주도권이 여권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속내는 복잡하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 의혹,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낙마, 민주당원 여론조작 의혹인 드루킹 사태 등으로 화력을 올리던 중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슈의 중심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장 전날에 이어 이날도 판문점 선언을 두고 "구체적 비핵화 방법을 명기 못 한 말의 성찬"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의 외눈박이 외교"라며 혹평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우리 당의 5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에 따라 다음 달 2일부터 5월 국회가 열릴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5월 임시국회 방해 말고 응하라"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5월 국회에서는 개헌 합의를 비롯해 산적한 민생법안과 함께 드루킹 댓글 조작 특검법, 방송법 개정안 등이 처리돼야 한다"며, 특히 "댓글 조작 여론 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및 국정조사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에 대한 찬성 국민 여론도 거세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 방해로 4월 국회를 빈손으로 만들었던 민주당은 5월 국회마저 반대하고 있다"며 "한국당은 특검이 수용되면 열린 자세로 추경을 비롯한 국회의 갖가지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그동안 추경, 민생법안 처리를 주장했던 민주당 입장이 정치적 쇼가 아니라면 5월 국회 요구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헌 논의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대변인은 "민주당은 6월 개헌이 무산됐다고 개헌 논의를 중단할 태세"라면서 "애초 6월 지방선거용 관제 개헌 추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연내 국민개헌을 성사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 민주당은 특검을 수용해 국회가 일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당은 당장 29일부터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정상회담 당일 자제했던 드루킹 사건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다시 죌 예정이다. 하지만 내부에선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판문점 선언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고 적었다가 비난 댓글이 쇄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나 의원은 누리꾼들의 비난이 잇따르자 결국 "남북정상회담의 진행 모습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 등 완곡한 표현으로 수정해 글을 다시 게재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당은 청와대가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받겠다고 한 것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이 비준 동의를 거부하면 여론의 비판을, 찬성하면 '위장 평화쇼' 발언이 정치적 공세였다는 비난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이번 비준 동의 추진은 6·13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여권의 정치적 셈법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