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대화를 앞두고 미국이 중싱(中興·ZTE)에 이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환구망(環球網)은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현지언론 보도를 인용해 이란제재 위반 등을 이유로 ZTE에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를 선언한 미국이 이제는 화웨이 제재카드를 손에 쥐었다고 전했다. 중국 1, 2위의 화웨이와 ZTE는 세계 통신장비시장의 27%, 10%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가 화웨이의 이란제재안 위반 여부를 조사 중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조사가 진행됐고 어떤 혐의를 중점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화웨이 대변인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미 미국은 화웨이 등이 중대기밀을 유출하는 스파이 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견제해왔다. 텐센트커지(騰訊科技)는 25일 미국이 화웨이의 미국 내 시장을 축소하려는 목적을 깔고 제재를 해왔으며 이는 유럽 등지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해외 사업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이란제재안 위반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할 경우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화웨이가 미래 이동통신 시장 경쟁에서 미국의 주도적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화웨이 제재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 상무부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이후 각 부처의 제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의적으로 미국 수출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 날 경우 형사처벌과 기업활동 제재, 개인소송 등에 직면할 수 있어 우려된다.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미국이 화웨이에 제재카드를 꺼내들 경우 강도가 ZTE 보다 훨씬 클 수 있다"며 "미국 법무부의 화웨이에 대한 조사는 형사법에 따른 것으로 이는 화웨이가 이례적인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앞서 ZTE 제재는 미국 상무부 주도의 행정처분이었다. 하지만 충격은 컸다.
미국 당국은 지난해 이란제재안 위반을 이유로 ZTE에 8억92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후 관련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근 향후 7년간 ZTE에 미국 기업의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중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에 스마트폰 핵심 부품 등을 크게 의존하던 ZTE를 뒤흔들었고 충격파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는 동시에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가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 첨단기술 강국을 꿈꾸는 중국을 누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산업 선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와 지식재산권 등을 이유로 거액의 관세폭탄 부과를 선언했다. 중국 관영언론 등은 이에 대해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 강국 미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에 밀릴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