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위적인 가격 부양'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의 상승 모멘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은 감산 합의 종료 시점을 내년까지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투심을 뒷받침했다.
23일 아시아 시장에서 국제유가는 보합권에서 움직이면서 지난주 기록한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 부근을 지키고 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74.06달러로 전일비 제자리걸음 중이고, 텍사스중질유(WTI)는 0.1% 떨어진 배럴당 68.3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유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웨스트벡 자산운용과 커머디티즈 월드 캐피털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산유국들은 올해 말까지 감산을 계속 진행하고 내년까지도 감산 합의를 연장할 수 있음을 내비치면서 추가 상승 전망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대표들은 지난 20일 사우디 제다에서 회동해 16개월로 접어든 감산 이행 여부를 검토했다. 이들은 지난 3월 기준으로 감산 약속이 140% 이행됐다면서, 감산 효과로 유가를 짓누르던 과잉 공급이 해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아직 임무가 완성되지 않았다”면서 유가의 추가 상승을 원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사우디는 적정 유가를 배럴당 80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러시아가 감산 약속을 “100%” 이행했다고 자신하면서 “내년까지 파트너십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OPEC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양하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는 트위터에 "또 그러고 있는 것을 보니 OPEC답다. 원유를 가득 실은 선박을 포함해 모든 곳의 원유량이 기록적인데 유가는 인위적으로 너무 높아졌다. 좋지도 않고 용납할 수도 없다"고 적었다.
OPEC가 국제유가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해석으로,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업계의 실적 회복을 뒷받침해 미국 경제에 순풍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자칫 물가 상승률을 부채질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의 유동성이 적어져 경제 성장률과 증시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나온 뒤에도 20일 브렌트유와 WTI는 모두 상승으로 마감하면서 시장의 강한 투심을 확인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제 회복,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 산유량 감소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