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바람바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 분)이 여동생 미영(송지효 분)의 남편 봉수(신하균 분)를 바람의 세계로 인도하고, 그들 앞에 매력 넘치는 여성 제니(이엘 분)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 극 중 이성민은 ‘바람의 전설’ 석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한때 롤러코스터 디자이너였던 그는 20여 년간 전 세계를 떠돌며 여성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떠돌이 생활을 접고 아내와 제주도에 정착,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지만 바람기만큼은 여전하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롤러코스터 신이죠. 무표정한 얼굴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석근과 봉수의 얼굴은 위태로운 중년의 삶과 닮았어요.”
이성민이 언급한 롤러코스터 신은 영화의 문을 열고, 닫는 중요한 장면이다. 같은 장면을 반복함으로써 석근과 봉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영화 말미에는 두 인물에 공감과 이해를 하게 된다. 마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의 굴곡, 삶을 경험한 두 중년의 초월에 ‘웃픈(웃기고 슬픈)’ 공감을 더 한다.
“저는 롤러코스터 신을 ‘우리 앞에 닥친 위태로움’ 혹은 ‘일탈’이라고 읽었어요. 우리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을 여는 그 장면은 중년의 남자에게 닥친 스릴과 위태로운 삶이기도 하죠. 그 롤러코스터를 덤덤하게 타고 있는 모습이 어떤 경지를 넘어섰다고 할까요? 어떤 상황이 와도 덤덤할 수 있는 성숙한 남자들이라고 애써 생각하기로 했어요.”
극 중 석근과 롤러코스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기도 하다. 해외에서 만난 여성에게 영감을 얻어 롤러코스터를 디자인해왔던 그는 ‘뮤즈’인 여성에게 꼭 롤러코스터를 탑승하기를 제안해왔다고. 하지만 정작 아내인 덕이(장영남 분)에게는 롤러코스터를 타자고 말하지 않아 그를 섭섭하게 만들기도 했다.
“오래된 부부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무심결에 아내를 넘겨짚는 점들이 있잖아요? 저 역시도 ‘당연히 그렇겠지?’하고 지레 짐작하기도 하는데 석근과 덕이의 오랜 부부 사이, 익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대화의 부재, 오해가 깃든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마치 석근 캐릭터와 그의 인생을 대변하는 듯했다. 석근과 롤러코스터의 관계를 해석하고 은유하는 것 역시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이성민이 명장면으로 꼽은 롤러코스터 신은 영화 ‘바람바람바람’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