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삼킨 그랩, 동남아 '핀테크 패권' 차지할까..."시장 경쟁력 약화 우려"

2018-04-11 12:51
  • 글자크기 설정

그랩 인수에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지역서 우버 서비스 중단

2012년 출범 이후 6년 만에 동남아 8개국 200여곳 진출

핀테크 등 디지털 사업 박차..."주변국 경계 등 장애물 많아"

[사진=연합/로이터]


'동남아판 우버'로 유명한 싱가포르 기반 차량공유서비스 그랩(Grab)이 우버(Uber)의 동남아시아 사업 부문 인수를 계기로 역내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 핀테크 영역을 확장하는 등 범지역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을 강조하는 가운데 지나친 영역 확장이 외려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차량공유분야 후발주자에서 '차량공유 원조' 우버 삼킨 괴물
닛케이아시안리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버는 8일(이하 현지시간)을 기점으로 베트남과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 지역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태국 내 이용자들에게는 하루 앞선 7일께 "8일부터 우버 사업을 중단하고 그랩 플랫폼으로 '완전히 전환'될 것"이라는 내용을 이메일로 통보했다. 

베트남에서는 우버 고객을 대상으로 일찌감치 그랩 앱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인수합병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달 26일 우버에 가입된 운전자와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 그랩 앱 다운로드를 권고한 것이다. 그랩 앱을 다운로드한 우버 사용자는 그랩의 새로운 고객으로 간주, 포인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요금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는 그랩과 우버의 인수합병이 공식화된 지 14일 여만에 나타난 변화다. 지난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선보인 그랩은 차량공유분야 후발주자다. 택시 공유 서비스로 시작한 그랩은 큰 호응을 얻으면서 필리핀과 싱가포르 등으로 서비스를 급격하게 확장하기 시작했다. 설립 5년만인 지난해에는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포함, 서비스 지역이 동남아 8개국 200여개 도시로 증가했다. 

그랩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26일에는 차량공유서비스의 원조이자 세계 1위 업체인 우버의 동남아시아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랩은 우버의 차량공유 부문과 음식배달 부문을 인수하고 합병회사의 지분 27.5%를 우버 측에 넘기기로 했다. 동남아 내 인수합병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힌다. 설립된 지 6년 만에 업체 최고를 집어 삼킨 괴물로 발돋움한 것이다. 

◆ 핀테크 분야 등 세력 확장 강조..."지나친 권력이 부메랑 될 수도"

그랩이 급격하게 세력을 확장한 데는 지역별 맞춤형 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인 채널뉴스아시아 등 외신들은 "그랩은 배달·결제 등 디지털 서비스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동남아 지역을 공략했다"며 "오토바이가 흔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우버를 인수한 그랩은 핀테크 등 추가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교통망 패권을 넘어 금융 서비스까지 확장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랩의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앤터니 탄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랩의 다음 성장 동력은 금융과 IT가 결합한 핀테크"라면서 자사 그랩페이 서비스를 연내 동남아 전역에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랩페이는 지난해 11월 선보인 모바일결제 플랫폼이다.

시장에서는 그랩의 성장 속도를 주목하면서도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랩 앞에 장애물이 적지 않은 외신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주변국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사실상 독점 체제가 형성되면서 역내 패권이 높아지면 요금 인상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실제로 필리핀 공정경쟁 감독기구인 경쟁위원회(PCC)는 지난 7일 그랩 측에 "우버의 동남아 사업 인수 작업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정부도 그랩과 우버의 인수합병이 경쟁법 등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싱가포르 경쟁위원회(CCS)는 양사가 보유한 요금제와 고객 등 영업 비밀을 공유하지 못하게 막은 상태다. 

요금 인상 등의 우려가 높아지자 그랩 측은 당분간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의 불안을 해소하지는 못한 상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그랩은 노인과 장애인 케어 서비스,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며 "그랩의 역내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다른 업체의 진입 장벽이 낮아져 시장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