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지현 시대’ 활짝…‘美 상처’ 치유한 김지현의 우승 비결

2018-04-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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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이 KLPGA 투어 2018시즌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6관왕을 휩쓴 ‘핫식스’ 이정은 세상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연 같은 조연이 있었다. ‘지현 천하’를 이끈 김지현이다. 생애 첫 투어 우승을 이룬 뒤 3승을 수확했다. 이정은이 4승을 거뒀는데, 1승 부족했다. 상금랭킹 2위도 김지현 차지였다.

프로 데뷔 124개 대회 만에 이룬 최고의 한 해. 27세의 적지 않은 나이. 작년 하반기에는 부상도 겹쳤고, 체력도 받쳐주지 못했다. 3승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개 대회에서도 컷 탈락을 경험했다. 반짝 빛난 ‘김지현 시대’였을까.
미국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온 김지현의 대답은 ‘No’였다. 올해 첫 우승으로 명쾌하게 응답했다. 김지현은 8일 끝난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2018시즌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6억원·우승상금 1억2000만원)에서 1~2라운드 합계 9언더파 135타로 2위 오지현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했다. 개인 통산 4승째. 지난해 6월 한국여자오픈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김지현은 늘 겸손하고 욕심이 없다. 그의 숨은 독기를 깨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두 차례 LPGA 투어 대회의 실망스러운 성적표였다. 평소에도 LPGA 투어 진출에 무관심했던 김지현은 큰 무대에서 뜨거운 맛을 본 뒤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는 “솔직히 조금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국에 돌아와 가장 먼저 바꾼 건 클럽이었다. 지난해 겨울 클럽을 새로운 모델로 싹 바꿨다. 그런데 미국 성적이 좋지 않아 이번 대회에는 지난해 3승을 함께 했던 예전 모델의 아이언 클럽을 다시 들고 나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가장 큰 요인은 익숙함이 준 안정감이었다. 이번 대회 제주 강풍으로 고전을 피하지 못한 다른 선수들과 달리 김지현의 아이언 샷은 예리했다. 김지현은 “아무래도 심리적인 불안감이 사라진 덕분인 것 같다”고 웃었다.

김지현은 이번 미국 투어에서 든든한 가족의 소중함도 다시 느꼈다. 개인 스포츠인 골프에서 ‘팀 한화큐셀’이라는 가족이다. 미국 코스가 낯선 김지현을 위해 지은희는 특별과외까지 나서며 도움을 줬다. “내가 너무 안쓰러웠나 보다. 언니들이 다 챙겨주셨다. ‘스스로 믿고 쳐라’라고 조언도 해주셨다. 원래 나를 믿고 치는 스타일인데 미국에선 나를 못 믿겠더라.(웃음) 팀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김지현은 연습벌레로 불린다. 김상균 한화큐셀 감독은 “김지현은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걱정”이라고 푸념할 정도다. 안성현 스윙코치를 만난 뒤 궁합도 맞아 떨어졌다. 골프에 눈을 뜨며 확 달라진 김지현은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한화(현 한화큐셀) 소속 선수들은 한‧미‧일 투어에서 무려 10승을 합작했다. 김지현이 3승을 보탠 덕분이었다. LPGA 투어에서 김인경이 3승, 지은희와 노무라 하루(일본)가 1승씩,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이민영이 2승을 기록했다. 김지현은 “내가 스타트를 끊었으니 다른 선수들도 우승이 줄줄이 나올 것 같다. 작년 10승도 깰 수 있을 것 같다”고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현의 올해 목표는 타이틀 방어다. 다만 지난해 3승을 다시 하는 게 아니다. 김지현은 “내가 우승했던 대회는 다 소중하다. 그 중에서 하나라도 타이틀 방어를 했으면 좋겠다”며 “그보다 작년에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목표”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미국 무대에도 또 나가겠지만, 난 KLPGA와 잘 맞는 것 같다”고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빙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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