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발 주문하시기 전에 이 제품이 정말 꼭 필요하신지 고민해주세요."
상품 팔리는 것을 마다하는 가게가 있다. 주로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인 Y 업체의 이야기다. '편백나무 대란'에 Y 업체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보를 알려줘서 고맙다는 형식적인 댓글이 이어지던 게시판의 분위기를 바꾼 것은 한 댓글. "판매자가 되려 역문의를 한다. 도대체 어디서 글을 보고 구매하게 됐냐고. 일주일치 물량이 오늘 아침에 다 팔렸다네"라는 내용이다.
이후 또 다른 이용자가 "지금도 계속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포장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판매자의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커뮤니티 전체가 달아오른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나머지 이용자들마저 일사불란하게 주문에 동참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업체는 결국 다른 상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편백나무 방향제 배송에만 매달리기 시작한다. 포장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출고는 점점 지연되고 있다.
소식이 다른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주문은 더욱 폭주했다. 4월 내에 배송하겠다는 처음의 약속은 6월로, 7월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 급기야 판매자는 "통일 전에 출고된다", "한화 이글스가 우승하기 전에 출고된다"며 고객들에게 주문을 자제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구매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해당 상품의 문의 게시판에는 상품에 대한 질문 대신 "천천히 보내줘도 상관없다"는 내용이 대다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형기 만료 전에는 보내주세요." "땅 속에 묻힐 때 관속에 넣으려고 10개 주문했습니다." "아이폰13 나오기 전에만 보내주세요." "5월 14일 입대입니다. 전역하기 전에만 보내주시면 됩니다." "2017년 12월 아파트 입주했는데 재건축 전까지만 보내주세요." 이쯤되면 구입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된 듯 하다.
해당 업체의 최부식 대표는 6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주문하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면서 "포장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