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 한반도는 아주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게 될 ‘희망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정부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정책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안정, 비핵화와 평화통일로 최근의 변화를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장샤오밍(張小明) 중국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중국연구소의 주최로 5일 열린 ‘한반도와 중국의 역할’ 세미나에서 최근 남북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3월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했으며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일련의 변화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장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경은 지정학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반도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이 때문에 중국이 한반도의 분란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정책 목표로 △평화·안정 유지 △비핵화 △ 평화통일 등을 내걸고 있다. 장 교수는 “중국 정부는 이러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왔다”고 부연했다.
이어 장 교수는 중국이 목표 실현을 위해 △ 남북과 동일하게 좋은 관계 유지 △한반도 유관국과 대화 촉진 △유엔 대북제재 참여 등의 정책 수단을 활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중국은 북한과는 역사적 원인으로, 한국과는 수교 이후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공동 성장을 이유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며 “그러나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실제로 중국은 한·중 수교 이후 북한보다는 한국과 더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중국 내 다수의 전문가들이 중국이 북한을 멀리하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또,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중국으로 초청한 것도 멀어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관국과의 대화 확대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는 남북회담이나 6자회담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사실상 다자간 대화의 틀이 존재하지 않아 곤란한 상태"라며 “북·미, 한·미 대화가 진행되면 ‘차이나패싱’의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중국이 2005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주축으로 한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1차 핵실험 전에는 경제제재를 반대했지만 북한의 핵도발이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의 태도는 변했고 제재의 강도도 높이고 있다”며 “하지만 이로 인해 북·중 정치, 경제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북·중 교역이 이뤄지는 동북지역 기업이 큰 손실을 입었고 이에 따라 2006년을 기점으로 북·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의견이다.
이날 장 교수는 20년 전의 한국과 현재 한국의 공통점과 차이점도 소개했다. 공통점으로는 남북관계의 따뜻한 기류와 1998년에는 ‘금융위기’, 오늘날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제적 위기에 처해있는 점을 꼽았다. 차이점으로는 1998년에는 북한이 핵 보유국이 아니었고 군사력도 약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며 당시에는 좋았던 중·미 관계가 현재는 매우 악화됐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결론적으로 한반도 상황은 중국 안보·경제 이익에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1998년부터 2018년까지 20년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유지된 부분도, 변화된 내용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남북에 그 어느 때 보다도 강력한 훈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포스트 냉전시대 유럽연합(EU)을 모델로 동북아시아 지역공동체 이론을 주창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1998년 고려대 방문교수로 4개월간 체류하기도 한 한국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