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가 6일 오후 2시10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18개 혐의 선고공판을 하면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 증거로 인정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단은 '안종범 수첩에 대해 "입수하는 과정에 위법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신뢰할 수도 없다"면서 증거능력을 면밀히 따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단은 "불러주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적은 것은 불가능하고 다른 용지에 적었다가 일목요연하게 옮겨 적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단어만 나열돼 있는 것도 있는데 안씨 자신도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고 진술한 것도 있다"면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변호인단의 강철구 변호사는 "공무원이 아닌 제3자가 뇌물을 받았을 때 해당 공무원을 단순뇌물죄로 처벌한 사례가 없고 최서원이 삼성으로부터 승마지원을 받은 것은 단순 뇌물죄가 아니다"면서 뇌물 혐의와 제3자 뇌물 혐의 모두 무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내리면서 "안종범 수첩은 피고인과 기업 총수 등 사이에 대화 내용이 있었다는 직접 증거라는 증거 능력은 없지만, 대화가 있었다는 간접 사실에 대한 증거로는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면담에서 대화한 내용을 꼭 얘기해줬고 자신은 그대로 수첩에 받아적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독면담 후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대화 내용을 불러줘서 받아적었다는 것은 단독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 대화를 추측하는 간접 정황에 대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의 스모킹건으로 불린 '안종범 수첩'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빼곡히 적은 63권짜리로 '엘리엇 방어 대책'과 '금융지주', '승마', '빙상', 동계스포츠 양성' 등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2년 동안 내린 지시가 날짜별로 적혔다.
이 때문에 안종범수첩은 각종 국정농단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채택돼 여러 피고인들의 혐의 입증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공판은 지난해 4월17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지 354일 만인 이날 오후 2시1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은 채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실소유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774억원을 대기업에 강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 18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