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일(현지시각) 공개한 중국산 수입품 관세부과 품목 1300여개는 의료, 항공, 반도체 기계, 정보통신(IT), 산업용 로봇, 화학 등 분야에 걸쳐져 있다. USTR은 이번 500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관세 부과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정조준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2015년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처음 언급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육성할 10대 핵심 신흥산업으로 차세대 정보통신(IT) 기술, 최첨단 디지털제어 선반과 로봇, 우주항공과 해양엔지니어 설비, 최첨단 선박과 철도교통, 에너지절약 및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설비, 신소재, 바이오의약과 고성능 의료기기, 농업기계설비 등을 꼽았다. 반도체, 로봇, 바이오제약,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등 미래 핵심 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다.
특히 중국제조 2025는 ‘싼부저우(三步走)', 이른 바 세 단계 발전 전략을 제시해 제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1단계로 2025년까지 중국이 전 세계 제조업 강국 대열에 합류하고, 2단계는 2035년까지 중국 제조업의 전체적 경쟁력 수준이 세계 제조업 강국 중등 수준까지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신중국 설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제조업 주요 영역에서 혁신적 능력과 두드러진 경쟁우위를 갖춰 전 세계 선진 기술·산업을 리드해 사실상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제조업 강국의 선두적 위치를 점하는 게 목표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신흥산업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16년말 기준으로 13.5%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를 만들어 1조 위안을 투자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을 육성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제조 2025를 정조준해 '중국이 기술 도둑질을 하고 있다', '정부가 불공정 개입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둥옌(東艷)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국제무역실 주임은 4일 21세기경제보를 통해 "미국의 이번 공격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중국제조2025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게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둥 주임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의 미래산업 발전을 이끌 중국 하이테크 기업을 겨냥했다는 걸 보여줬다"며 "미국이 중국의 미래 산업발전 경쟁력을 억제하려고 하는만큼 중국은 고도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