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개헌, 시대변화에 맞춰 헌법 규범력 제고

2018-04-0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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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절차 알아보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대통령 개헌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고, 그에 따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발족, 개헌안 초안의 보고 및 확정, 대통령 개헌안의 공개에 이은 본격적인 발의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인 3월 26일 전자결제로 개헌안을 발의하였고,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헌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국가의 기본법으로서의 규범력을 높이기 위하여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기존 헌법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특정조항을 수정·삭제하거나 새로운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헌법의 형식이나 내용에 변경을 가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 항쟁 이후 최초로 여야 합의에 의해 개정된 헌법(‘제9차 개정헌법’, 헌법이 개정된 1987년을 따서 ‘87년 헌법’이라고도 한다)으로서 법률보다 개정절차 및 방법이 엄격하고 까다로운 ‘경성헌법’에 해당한다. 경성헌법은 일반 법률과 동일한 절차와 방법으로 개정이 가능한 연성헌법에 비해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높일 수 있으나, 지나친 경성화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헌법의 규범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현행 헌법 개정 절차는 헌법 제10장 제128조 내지 제130조에 따라 ① 발의, ② 공고, ③ 국회의 의결, ④ 국민투표, ⑤ 공포의 순서로 진행된다.

① 발의
헌법 개정의 첫 단계로 먼저 개헌안에 대한 발의가 있어야 한다. 헌법 제128조 제1항에 따라 발의는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또는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과거 제2차 내지 제6차 개정헌법에서는 선거권자 50만인 이상이 제안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가 있었으나 대의제 민주주의와 충돌할 우려가 있고, 잦은 발안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제7차 개헌에서 폐지된 바 있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것은 이번으로 세 번째이고, 1980년 개헌 이후 38년만이다. 처음으로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72년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이른바 ‘유신헌법’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두 번째로 개헌안을 발의한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고,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헌법 개정절차를 진행해 10월에 공포한 바 있다.

② 공고
헌법 제129조에 따라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 공고하여야 한다. 공고기간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여론 및 합의를 구하는 기간으로서 생략할 수 없다.

③ 국회의 의결
헌법 제130조 제1항에 따라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고,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또한 의원은 기명투표로 표결하고(국회법 제112조 제4항), 개헌안을 수정하여 의결할 수 없다. 기명투표를 하는 이유는 국회의원에 대한 역사적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고, 수정의결을 금지한 이유는 국민에게 미리 20일 이상 공고한 공고제도에 위배되지 않기 위함이다.

일반 법률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만으로 의결할 수 있지만, 헌법 개정안은 이보다 가중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다. 즉 개헌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재적의원 293명의 3분의 2 이상인 19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1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116명 등으로 여당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단독으로 개헌 저지선(재적의원 3분의 1, 즉 98명)을 이미 확보한 것은 국민투표가 치러지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④ 국민투표
헌법 제130조 제2항에 따라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개정 역사에서 국민투표는 제5차 개정헌법부터 실시되었다.

국민투표법은 제7조 및 제8조에서 투표일 현재 만19세 이상의 국민은 투표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14년 ‘국내 거소신고가 되어 있는 재외국민’만 투표인명부에 올리게 하는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2009헌마256) 2015년 12월 31일을 입법자의 개정시한으로 명시한 바 있으나, 국회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해당 조항은 2016년부터는 위헌인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재외선거인 등록 등 행정적 절차에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다음 달까지는 여야가 국민투표법 개정에도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1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기 위해서는 현행 국민투표법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⑤ 공포
헌법개정안이 위 헌법 제130조 제2항의 찬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 개정은 확정되고,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해야 하며(헌법 제130조 제3항, 국민투표법 제91조), 이로써 개헌은 완료된다.

국민투표의 효력에 이의가 있는 투표인은 국민투표법 제92조에 따라 투표인 10만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피고로 하여 투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국민투표무효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의 강화, 생명권 등 기본권의 명문화, 국민발안제 및 국민소환제 신설을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강화, 토지공개념의 명시, 행정수도 이전의 근거 신설 등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헌법은 최고규범으로서 일반 법률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규범이 되어 하위규범의 제정원리 및 존재, 내용, 효력 등을 기속하고, 법률·명령 등 모든 국가 활동은 헌법의 규정에 위배되어서는 안 되며 만일 이에 위배하는 때에는 위헌으로서 무효가 된다.

위와 같은 복잡다단한 절차를 거쳐 올해 지방선거 때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이루어지고 국민의 찬성까지 얻게 된다면 이는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제정헌법 이후 제10차 헌법 개정이 될 것이다. 엄격한 헌법 개정 요건과 벌써부터 여야 간 견해 차이가 큰 상황 등을 보아 대통령 개헌안이 그대로 새 헌법이 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이번 개헌안 발의로 인하여 헌법 개정에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는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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