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과정을 검사한 결과,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16건, 남성 특혜 합격 2건, 특정대학 출신면접 점수 조작 14건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하나은행 임원은 물론이고 금융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은 '추천'이라는 이름 아래 공공연하게 '채용청탁'을 했다. 하나은행 내부 고위직부터 외부 금융지주 임원, 국회 등 금융 권력자들이 추천한 이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손쉽게 하나은행에 입성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채용비리 발표를 두고 일부 금융권에서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과 정무위 관계자로 추정되는 청탁자만 밝혀지지 않은 것을 두고 "금감원이 의도적으로 감춘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청탁자가 특정되지 않은 것은 앞의 두 사안이 유일하다. 금감원은 "(채용 추천을 한) 감독원 직원을 찾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전달자들이 이미 퇴사했고 검사단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해 추천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추천은 했는데 추천자가 누군지를 모른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은행 관계자는 모두 찾아 놓고 금감원 관계자만 알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채용비리 검사가 금감원과 하나금융 간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돼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한다. 두 기관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 있는 만큼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전현직 간부들의 청탁만 들여다볼 뿐 금감원을 비롯한 권력 기관의 잘못을 들춰내지 않으니 시장의 불신이 팽배한 것이다"며 "금감원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채용비리를 밝히는 게 먼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사가 소비자와 시장이 아닌 금융당국만 바라보는 현구조에서는 당국의 채용 청탁이 먹혀들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근본 개선안을 내놓은 뒤 시중은행의 채용비리에 임해야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