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식 금융감독원 원장은 2일 "금감원의 정체성을 바로 하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선국 기자]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2일 취임식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금 금감원이 처한 상황은 엄중하기 그지없다"며 "시장경제의 룰을 집행하는 기관은 여러 곳이 있지만, 금융감독기구는 특성상 재량범위가 넓기 때문에 권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쓰리고 아프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금감원의 정체성을 바로잡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영업행위를 감독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정책과 감독은 큰 방향에서 같이 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며 "기본 방향에서는 같이 가면서도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금융감독은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감독기구의 위상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 기구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아울러 그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통해 신뢰를 확보,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상을 확립하겠다"며 "금융감독원은 금융사와 금융소비자와의 접점에서 법규를 집행하고 감독행정을 수행하는 데 권한이 상당하고, 법률이 규정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휘할 수 있는 재량권도 꽤 넓은 편"이라고 말했다.
감독업무의 일관된 일처리도 재차 당부했다. 김 원장은 "감독당국으로서 우리의 권위는 칼을 휘두르며 위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때 자연스럽게 뒤따라 온다"며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두 책무를 효과적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은 길이고 단기간에 국민들의 눈높이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며 "목표를 공유하고 흔들림 없이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변화의 물꼬는 반드시 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