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 창립 51년을 맞은 롯데그룹은 ‘조용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신동빈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 실형선고를 받고 법정구속 된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를 자제하기로 한 것이다.
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올해 롯데 창립기념 행사는 ‘있는듯 없는듯’ 최대한 약식으로 치를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는 그룹의 반세기 역사를 맞은 50주년이란 상징성 때문에 외부 인사를 대거 초청해 그룹 차원의 창립기념식을 치렀고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공식개장 등과 맞물려 불꽃쇼까지 진행했던 것”이라며 “올해는 그런 대규모 행사나 그룹 차원의 기념식 없이 예년처럼 계열사별로 간소하게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롯데는 총수 부재 사태 속에 맞이한 창립기념일인 만큼, ‘내부 기강 다지기’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신 회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그룹 전 계열사에는 과도한 음주와 회식, 골프 등을 자제하라는 방침이 내려진 상태다. 비상경영위 차원의 권고형식이긴 하지만, 그룹 2인자인 황 부회장이 위기상황일수록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구속 이후 골프 금지령 뿐만 아니라 창립 기념일도 조용히 치르자는 분위기가 이어졌다”면서 “올해 창립기념일은 자축보다는 재도약을 위해 심기일전하는 숙고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받은 혐의로 지난 2월13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신 회장 측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롯데 총수일가 경영비리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한 재판부’에서 같이 받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롯데 신 회장의 변호인단은 지난달 29일 총수일가 경영비리 사건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법원 형사8부에 사건 병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형사4부가 맡은 국정농단 사건을 형사8부로 옮겨 형사8부가 함께 심리해달라는 취지다.
이는 신 회장 측이 병합 심리를 통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오는 6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지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응하지 않고 있어 항소심 절차도 다소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함께 재판을 받는 신 회장 역시 항소심 선고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경영 복귀’가 늦어질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병합심리를 하지 않으면 신 회장이 일주일에 4번 재판정에 출석해야 하는데, 이런 번거로움을 고려해주길 바라는 취지”라면서 “판결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