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4월 초 유럽연합(EU)과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는 등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 노선을 다방면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강경했던 북한의 외교 정책이 급선회한 배경으로 중국의 경제 압박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고 '중국 역할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지통신, NHK 등 일본 언론이 3월 3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에서 유럽을 담당하는 김선경 국장은 4월 초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EU 집행위원회와 EU 대외관계청의 고위 관료들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핵·미사일 개발 등 강경한 외교 정책을 고수해온 북한 정권이 대화를 강조하는 노선을 돌아선 데 대해 국제사회는 최우방국인 중국의 경제 제재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보도를 통해 "지난해 중국의 대북 원유·석탄 수출량이 평년 대비 제로 수준으로 축소됐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권고 범위를 넘는 수준으로, 북한에 대해 자신들의 '경제 레버리지(지렛대)'를 상기시키면서 외교 정책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의 정제 석유 월평균 대북수출량은 175.2톤으로 직전년도 상반기 월평균(1만 3552.6톤)의 1.3%에 불과했다. 중국의 대북 석탄과 철강제품 수출량도 거의 제로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석유 제품 수출 규모를 이전보다 89% 감축하라는 유엔의 제재 권고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한편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일 논평을 통해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긴장 완화 국면이 더 진전됐다"며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고려할 때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중국의 역할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