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주권 수호] 지켜야할 환율정책 마지노선, ’스무딩 오퍼레이션’

2018-04-0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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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16년 4월부터 '대미무역흑자'·'경상수지흑자'요건으로 관찰대상국 지정돼

정부, 환율 미세조정 투명화 검토하지만, 향후 환율 주권 제한된다 우려 높아

환율 영향 큰 한국 경제, 단가 낮추기 어려운 상황 속 생산성 확대 위한 정부 대책 절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된 데다가, 위험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연합뉴스]

 

한·미 간 환율정책에 대한 '이면 합의설'이 피어오르며 한국 경제가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과 환율정책은 별개라며 극구 부인했지만, 결국 우리나라의 환율 정책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환율 조작국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자칫 외환시장에서 손을 떼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감 속에서 최소한의 '환율 주권'은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환율 조작국 지정에 대한 근심

우리나라는 2016년 4월부터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등 2개 요건에 해당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오히려 관찰대상국 졸업은커녕, 환율조작국에 지정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컸다.

오는 15일 발표되는 미국의 환율보고서에 앞서 관찰대상국인 우리나라는 또 다시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지를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교역촉진법에 따라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지정요건을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3% 초과) △지속적인 일방향 시장 개입 등으로 정해놨다.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흑자국과 경상수지 흑자국에 속한다. 다만 '지속적인 일방향 시장개입'이라는 문구의 경우, 미국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미 간 환율 이면합의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국을 향한 미국의 통상압박이 전방위적으로 뻗어오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한·미 간 협상 결과 중 하나로, 환율조작을 금지하는 강력한 조항에 대한 합의를 언급했다.

당장 우리 정부는 통상 합의와는 별개라며 부인했지만, 환율에 대한 추가 협의를 하자는 미국측의 요구가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백악관 역시 별도의 트랙으로, 외환정책 관행에 대한 약속 등의 합의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환율정책에 대한 협의 없이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회적인 압박 속에서 정부가 꺼내들 카드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은 국가의 권한

기획재정부는 미 재무부와 한국 외환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미세조정' 내용을 공개하는 내용의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지난달 말 밝힌 바 있다.

이달 중 미 환율보고서 발표에서 환율조작국에 지정되지 않기 위한 조치라지만, 이에 대한 우려감이 높다.

지난 1월 4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첫 회동을 갖고 "시장에서 수급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는 것을 존중하되, 환율에 과도한 쏠림이 발생하면 기재부와 한은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환율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기술적으로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미세 조정)'이라고 한다.

외환당국은 원화가치가 급등락하면 시장에서 달러를 사거나 팔아 환율변화를 시도한다. 최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환율정책은 국가 고유 권한"이라며 스무딩 오퍼레이션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사진=연합/로이터]


문제는 미국이 한국의 미세조정 자체를 과도하게 바라본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미 환율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의 환율조작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한국 정부도 환율 투명성 공개를 검토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우리나라만, G20에서는 한국·인도·터키 등만 환율 투명성 공개를 안한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외환당국의 개입 패턴을 분석하면 투기세력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세조정 등 정부 개입 여부가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른 불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데는 한은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렇다 해도 스무딩 오퍼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정부 개입 여부에 대한 주관적인 시각차가 크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미 관찰대상국 지정에 운신의 폭이 좁아져 원·달러 환율 스무딩오퍼레이션조차 제한된 상태라는데 재계는 입을 모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강만수 기재부 장관 시절 수출강국을 만들겠다며 대놓고 환율정책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당시처럼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스무딩오퍼레이션에 대해서는 정부가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얘기한 것처럼 우리 정부가 떳떳하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지, 수세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환율 감시 속 생산성 확대가 해답

경제전문가들은 한·미 간 통상마찰과 환율협의 논란 등을 바라보며 한국경제의 생산성 확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고 입을 모은다.

수출의존적인 산업구조 속에서 2년 연속 3%대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3만2000달러 달성 목표는 환율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향후 환율의 미세조정까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생산성을 키워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본의 경우, 엔화강세로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생산성 향상에 올인했다. 임금을 삭감하며 수출품 단가에 대한 대응까지 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고, 최저임금과 법인세가 올랐다. 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정부가 생산성 확대를 위한 별도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우리의 권한인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하면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반도체 부분은 국제적인 독점력을 확보, 환율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단 다른 산업의 경우, 환율의 영향을 받는 만큼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굳건히 지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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