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최근 몇 년간 소극적이었던 주택사업에 다시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연초부터 잇따라 주택 정비사업 계약을 체결하는 가운데 신규 분양에도 적극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재건축 건설 잇따라 계약… 올해 분양 물량 전년대비 4배 확대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재건축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부산 온천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도 계약을 맺었다. 두 사업의 규모만 2조원을 넘는다.
온천4구역 재개발 사업은 부산시 동래구 금강로 145번길 25일대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지상 35층, 36개동, 4043가구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한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에 위치한 신반포3차아파트와 옆 단지인 경남아파트를 함께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서울 강남 서초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한 이후 국내 주택사업에서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이번에 재건축 사업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면서 주택사업에 다시 기지개를 켠 것이다.

서초우성 1차 재건축 아파트 조감도[사진=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은 올해 신규 분양에도 적극 나선다. 올해에만 8개 단지, 1만1400여가구를 공급한다. 지난해 3000여가구를 분양했던 것과 비교하면 4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서울뿐 아니라 경기, 부산 등 전국적으로 새 아파트를 내놓는다.
우선 4월에는 서초구 서초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단지를 선보인다. 총 1317가구 규모로 이 가운데 23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이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근 래미안 에스티지(서초우성3차), 래미안 에스티지S(서초우성2차)와 함께 서초동 일대에 2331가구 규모의 래미안 타운이 형성된다.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아파트 재건축 단지도 분양한다. 7개동, 679가구 규모로 지어지며, 이 가운데 115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양천구 신정뉴타운 2-1구역 재개발 단지도 내놓는다. 삼성물산은 신정뉴타운 2-1구역 단지명을 '래미안 목동아델리체(Adeliche)'로 확정했다. '고귀한'이란 의미의 스페인어 '아델리오(Adelio)'와 '귀족·품격'을 나타내는 독일어 '아델(Adel)', '소중히 하다·아끼다'라는 뜻의 영어 '체리쉬(Cherish)'를 결합한 단어다.
부산 지역에서도 아파트 공급에 적극 나선다. 우선 오는 7월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진행하는 온천2구역 재개발 아파트를 분양한다. 전체 3853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로 일반분양 물량은 2485가구에 달한다. 이어 11월 거제2 재개발과 연지2 재개발도 차례로 선보인다. 경기에서는 부천 송내1-2 재개발, 안양비산2 재건축 등이 대기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도 래미안만의 특화된 상품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선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표=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은 해외에서도 잇따라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면서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와 사투 파워(Jawa Satu Power)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은 이달 14일 인도네시아 특수목적법인(SPC)인 자와 사투 파워(Jawa Satu Power·JSP)와 복합화력발전 건설 프로젝트의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주기기 담당진 GE파워와 현지업체인 PT 메인도(Meindo)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공사를 따냈다. 전체 공사금액은 약 1조원으로 삼성물산의 지분은 5100억원이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칠라마야 지역에 1760㎽ 규모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현재 운영 중이거나 건설되고 있는 발전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삼성물산은 "2015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한 3만5000㎽ 규모 국가전력 확충계획의 중요한 공사 중 하나인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작년 11월에는 6848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복층형 지하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했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이 공사는 기존 도로 아래에 지하고속도로를 시공하는 사업이다. 왕복 최대 8차선 구간 아래 1.25㎞의 지하차도와 3.34㎞ 진출입 램프 4개소, 환기빌딩 등을 건설한다.
12월에는 홍콩 토목개발청이 발주한 홍콩 란타우섬 북부 퉁충 뉴타운 매립 공사 계약을 맺었다. 삼성물산은 현지업체인 빌드킹(Bulid King)과 합작사를 구성했다. 전체 공사금액은 8억5800만 달러로 삼성물산의 지분은 49%인 4억2000만 달러다.
이번 프로젝트는 홍콩 내 주거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뉴타운 개발 사업이다. 퉁충 뉴타운은 27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로 개발될 예정이다.
◆ 이영호號 출범… 성장성 확보 과제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사진=삼성물산 제공]
올해부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영호 사장이 이끈다. 지난 1월 최치훈 사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영호 사장이 새롭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이영호 사장은 삼성그룹 내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1959년생인 이 사장은 서울 숭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전관에 입사했다. 삼성SDI 경영관리 및 감사담당,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긴 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겸하며 삼성물산의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키우고 성장 기반을 다져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IR팀을 이끌면서 삼성물산과 재일모직의 합병을 이끈 일등공신이라는 말을 듣는다.
업계 안팎에서는 건설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회사의 내실을 다지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 사장이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