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언론이 미국의 '무역법 310조'에 의거한 무역도발이 제 발등을 찍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입장 변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면 중국의 보복 수위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8일 '미국의 힘이 세지면 중국의 반작용도 커진다'라는 제목의 사평을 게재하고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거액의 관세를 매길 품목을 공개할 예정인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과 무역 호혜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이 잘못된 길에서 또 한 걸음을 내딛었다"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역대 미국 정부가 허세를 부리며 목소리만 높였던 전력을 알고 있고 중국은 역대 가장 많은 반격 카드를 가진 상태"라며 "미국의 손에 남은 카드가 많지 않은데 대화에 성의를 보여야지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제품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면 미국의 관련 산업의 매출과 취업 시장이 타격을 받으며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중국이 보복에 나선다면 미국 경제까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28일 망해루(望海樓) 사설을 통해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중국제조 2025' 등 산업 선진화, 첨단산업 발전 등을 저해하려 하지만 이는 다 헛수고에 그칠 것'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미국이 고율의 관세 부과를 결정한 철강, 알루미늄 등은 물론 최근 미국 관계자가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며 언급한 상당수 분야가 '중국제조 2025'와 연관된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최근 일부 미국인이 중국이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기술을 훔쳐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미국이 중국 핵심기술 진보의 발걸음을 막고 핵심기술 독점권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는 개방형 정책으로 국내외 기업을 동등하게 대하며 미국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강조해도 미국은 듣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미국은 기술독점, 관련 규범의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도전'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인민일보는 중국이 마이크로 칩,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자체 기술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 미국이 무역전쟁에 불을 붙인 배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의 디지털 경제, AI 분야에서 중국은 1위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관련 제품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 뿐 아니라 향후 '인더스트리 4.0' 시대의 주도권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자신감도 강조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시도는 미국 소비자의 권익을 희생하는 것이며 중국의 반격에 직면해 결국 제 발등 찍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는 중국의 기술 진보를 막을 방법은 없으며 이번 시도로 다시 한번 미국이 사리사익을 추구하는 국가라는 사실을 세계가 인식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을 향해 "걸핏하면 자신의 문제를 다른 이의 탓으로 돌리고 전략적 판단에서 근본적 실수를 반복한다면 이는 다른 이는 물론 자신을 해하고 세계를 흔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행동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WTO에서도 '무역법 301조'를 둘러싸고 날선 대립을 보였다. 샹천(張向晨) WTO 주재 중국 대표이자 특명전권대사는 26일(현지시간) WTO 산하 상품거래위원회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는 중국과 기타 회원국의 이익을 훼손하고 다자무역체제를 심각하게 흔드는 것"이라며 "미국이 WTO를 전복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망망대해에서 배가 뒤집히면 모두가 죽음의 위험을 피할 수 없다"고 회원국의 단결과 맞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