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체제 어떻게 볼 것인가②] '집단지도체제'와 '왕치산 복귀'에 주목하라

2018-03-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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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완전히 무너져야 진정한 '시진핑 천하'"

"당정분리→당정일체 과정의 제도화는 괄목할만한 변화"

"왕치산 복귀, 시진핑의 권위와 권력의 한계 보여줘"

“시진핑 중심 권력구조, 여전히 가변적"

지난 22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시진핑 체제, 어떻게 볼 것 인가'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중국 정치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성균중국연구소 제공]

“중국 권력구조 변화의 문제에서 핵심은 집단지도체제가 유효하냐 폐기되느냐다. 왕치산(王岐山)의 은퇴와 복귀도 당내 사정과 권력구조 변화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집단지도체제는 분명 형해화(형식만 남고 가치는 없어짐)됐다. 그러나 현대적 거버넌스(governance·국가경영) 체계의 제도화 측면에서는 발전했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중국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할 개헌안을 통과시키며 막을 내린 가운데 ‘임기제 폐지’는 중국 국내외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중국 정치에 ‘정통’한 일부 전문가들은 ‘집단지도체제 변화’와 ‘왕치산 복귀’를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성균중국연구소가 주최한 ‘시진핑 체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헌법에 ‘당이 국가를 영도한다(당정일체)’라는 조항이 들어갔는데 이는 82년 삭제됐다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이라며 “중국 정치개혁 방향에 대한 역전이자 후퇴”라고 설명했다.

과거 중국 정치개혁의 중심 원칙인 당정분리와 집단지도체제 균형이 깨졌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집단지도체제가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에 비로소 ‘시진핑 천하’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집단지도체제가 완벽하게 폐기된 것은 아니다. 안 교수는 “중공 규정에 집단지도체제가 명문화돼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집단지도체제가 폐기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지도체제와 대비되는 권력의 집중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체제를 ‘1인 우위의 집단지도체제’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의 시각도 안 교수와 비슷했다. 이 교수는 “권력 배분이나 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 집단지도체제는 형해화되며 후퇴했지만 당정분리에서 당정일체로 가는 기조가 제도화되는 과정으로 봤을 때는 진전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대표적인 관변 학자인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국정연구원장의 ‘집단지도체제 5가지 구성요소’ 인 △집단분업협력 메커니즘△집단권력승계 메커니즘△정치국 집단학습 메커니즘△연구조사 메커니즘△집단적인 정책결정 메커니즘을 기준으로 근거를 들었다.

그는 “5가지 구성요소 중 정치국 집단학습 메커니즘과 연구조사 메커니즘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며 “특히 집단적 권력승계의 제도화 메커니즘의 기초인 7상8하(七上八下,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격세지정(隔世指定: 한 세대를 뛰어 넘는 후계자 지정), 임기제 폐지는 집단지도체제의 퇴행화를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당정일체 기조의 제도화와 관련해서 이 교수는 "당의 영도적 지위를 강조한 국가 체제를 헌법으로 제정한 것은 당정일체가 옳고 그름을 떠나 이를 헌법으로 제도화, 법치화한 것은 괄목할만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번 양회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왕치산의 부활이라고 안치영 교수는 강조했다. 왕치산은 19차 당대회에서 7상8하의 원칙에 따라 퇴진한 후 13차 전인대를 통해 국가 부주석에 선출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불과 2개월 만에 연령규정이 뒤집힌 것이다.

안 교수는 “왕치산의 복귀는 연령에 대한 관례를 뒤집을 만큼 19차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의 권위와 권력이 강화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같은 비정상적 복귀가 필요할 만큼 시진핑의 권위와 권력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시황제 즉위’지만 당 내부 규정과 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게 안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시진핑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조는 여전히 가변적"이라며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도 "20차 당대회까지 시 주석의 1인체제는 유지될 것이나 이후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며 안 교수 의견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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