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후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시진핑 사상과 중국의 미래' 세미나 겸 출판기념회 [사진=곽예지 기자]
"중국 집단지도체제는 아직 완전히 붕괴된 게 아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집중형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중국 정치 분야에 정통한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중국 정치체제와 관련해 '집중형 집단지도체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국내외에서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체제 구축설', '중국 집단지도체제 붕괴설'을 반박하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시 주석은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처럼 제한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어 집단지도체제가 유지 중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다며 “당헌에 ‘시진핑 사상’이 삽입 됐다고 해서 현실에서 시 주석이 갑자기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다시 말해 당헌의 규정이 곧바로 현실 권력이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시진핑 집권 2기의 집단지도 체제는 후진타오 시기와는 다른 집중형 집단지도체제라며 새로운 개념을 내놨다.
조 교수는 집단지도체제를 총서기와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간의 권력 관계에 따라 분산형과 집중형, 두 가지로 구분했다. 총서기와 상무위원이 법적·실제적 권력에서 비교적 평등한 관계로 보이면 분산형이고, 총서기가 상무위원보다 우월한 지위에서 전체를 지도하는 관계라면 집중형으로 보는 것이다.
시 주석은 공산당 중앙의 권위 강화로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보다 우위에 있는 총서기의 지위를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집중형 집단지도체제에 해당한다고 조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시 주석이 집중형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을 ▲후진타오 시기의 문제점에 대한 통치 엘리트의 공감 ▲권력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엘리트의 분열 ▲시진핑의 견고한 권력 기반으로 꼽았다.
후진타오 집권 2기 말기에는 공산당 중앙의 권위가 매우 약화되고 부정부패가 만연했으며, 개혁지체, 군 기강 해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공산당 지도부에서 이를 해결해야겠다는 공통 의식이 형성됐고 시 주석이 이를 잘 활용한 셈이라는 것.
조 교수는 “시진핑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비교적 쉽게 개혁과 중앙 권위 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뿐만 아니라 부패 척결과 정풍 운동을 강력하게 추진해 일반 당원과 국민에게 지지를 받아 강력한 권위를 누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시진핑 체제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조 교수는 2022년 열리는 제20차 당대회가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시 주석이 3연임을 강행할 수도 있다“며 “시 주석은 군 개혁의 완성, '중국몽(中國夢)'의 조기 달성을 근거로 자신의 임기 연장을 설득할 것이고 이는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집단지도체제는 유지될 것이며 68세 규정에 걸리는 시 주석이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교수도 “가장 큰 문제는 후임자의 문제”라며 “시 주석을 대체할 인물 결정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이날 세미나에는 최필수 세종대학교 교수,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 교수, 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교수, 지은주 고려대학교 교수 등 지난 3월 출판된 ‘시진핑 사상과 중국의 미래’ 집필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참석해 중국 정체∙경제∙군사∙외교 분야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