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는 손예진에게 또 한 번 ‘확장’의 기회를 제공한 작품이다. 멜로와 가족드라마를 결합해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표현, 그만의 ‘감성’을 확고히 한 것이다.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분)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에서 손예진은 기억을 잃른 채 돌아온 아내 그리고 엄마인 수아 역을 맡았다.
“오랜만에 멜로로 관객들과 만나게 됐어요. 앞서 멜로 시나리오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어요. 저의 작품 중 ‘클래식’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좋아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 작품들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에 버금가는 작품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멜로 영화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손예진은 이장훈 감독이 각색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진짜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물셋, ‘클래식’의 감성에 취했던 손예진은 많은 멜로영화들을 거치며 자연스레 ‘지금 만날 갑니다’의 감성까지 이해하게 됐다. 멜로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우리가 나이를 먹으며 변질되고 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진짜 사랑을 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가 하는 게 진짜 사랑일까? 묻고 지나가는 사랑의 본진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아요.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우리는 존재의 소중함을 잊고 사니까요. 그런 지점에서 우리 영화는 ‘존재’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진짜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거든요.”
손예진이 말하는 ‘진짜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에게 영화를 찍으며 ‘진짜 사랑’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았느냐고 묻자, 그는 “이제껏 진짜 사랑을 해보지 않은 것”이라며 웃었다.
“제가 한 사랑의 답을 찾은 거죠. 진짜 사랑을 안 해본 거예요. 하하하. 누구는 이래서 싫고, 누구는 저래서 싫고…. 그런 마음들이 진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게 진짜 사랑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극 중 수아는 원작영화의 같은 배역이었던 타쿠미와는 결이 다른 인물이다. 타쿠미가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어머니로, 아내로서 완벽했다면 수아는 아내로, 엄마로, 가족으로 성장해나가는 인물인 셈.
“상황이 판타지적이다 보니, 수아의 캐릭터는 더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첫 만남에서 수아가 우진에게 ‘우리는 왜 결혼하게 됐어요?’ 하고 툭 던지는데 이후 과정들을 쭉 들으며 감정이 젖어 드는 것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엄마의 감정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마 이런 지점들이 자칫 감정 과잉으로 보일 수 있는데, 감독님께서 담백하게 구성을 잘 하신 것 같아요. 수아가 점차 성장하고 비로소 엄마가 되어가는 모습들도 인상 깊죠.”
극 중 아들 지호와의 게임을 하는 장면 역시 관객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장면. 지호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려고 하는 모습에 많은 관객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실제로도 조카들과 그렇게 지내요. 극 중 요가 하는 장면은 제가 감독님께 제안한 장면이기도 해요. 조카들이랑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자주 게임을 하곤 했었거든요. 선물 주겠다고 해놓고 제가 이겨 먹곤 해요. 하하하. 그런 모습이 수아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지호와 놀아주는 모습들은 제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기도 했고요.”
손예진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찍으며, 가정에 대한 ‘로망’을 품기도 했다고.
“수아가 없는 시간 동안 지호와 우진이 큰 빈자리를 느끼며 살잖아요.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모습이 너무 짠한 거예요. 엄마라는 존재가 이렇게 소중하구나 싶기도 하고 새삼 두 사람에게 사랑받는 수아가 부럽더라고요. 나중에 나도 결혼을 하게 된다면, 한 집안의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어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손예진은 대중들에게 ‘첫사랑’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역시 마찬가지. 이에 대해 손예진은 “첫사랑 전문 배우라는 생각은 따로 하지 않는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저 역시도 제가 어떤 장르에 잘 어울린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제가 멜로를 했을 때 대중이 더 좋아해 주신다는 것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스포츠 선수가 아니라 배우기 때문에 ‘종목’을 두고 연기하지는 않아요. ‘나는 첫사랑 전문 배우야’라고 생각하고 살아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다만 그 모습을 좋아해 주신다는 건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