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동창' 류허, '공급개혁' 주창 3년만 경제사령탑 등극

2018-03-1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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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질적발전 위한 공급측 개혁 필요성 역설

習 공언한 2020년 샤오캉 사회 달성 실행자

과잉생산 억제, 금융·부채 리스크 해소 전력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류허 중국 부총리. [사진=바이두 캡처]


2015년 10월 10일. 류허(劉鶴)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간부들을 이끌고 광둥성 시찰에 나섰다.

그는 현지 고위층과의 간담회에서 "중국 경제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형성되고 낡은 동력이 점차 약화하는 등 구조조정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공급 측 조정에 나서 좀비기업을 퇴출하고 과잉생산을 없애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제조업의 핵심 기지이자 최대 규모의 대외 무역 창구인 광둥성에서 경제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당시 간담회에는 '포스트 시진핑' 시대를 이끌 지도자로 주목받던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도 참석했다.

한 달 뒤인 11월 중앙재경영도소조 제11차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공급 측 구조 개혁을 다시 언급하면서 최우선 순위의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류허가 '시코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리는 이유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흘러 류허는 중국 경제·금융 사령탑에 올랐다. 2020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중산층) 사회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시 주석의 공언을 현실로 옮겨야 할 중책을 맡았다.

반면 후춘화는 지난해 10월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단 진입에 실패하며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가 약화됐다. 류허와 함께 부총리직에 올랐지만 장기 집권 의지를 밝힌 시 주석의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의 세월을 보내게 됐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국무원 부총리와 국무위원, 각 부처 부장(장관) 임명안을 승인한 19일 유독 눈에 띄었던 장면이다.

시진핑 집권2기 국무원 주요인선. [그래픽=아주경제DB]


◆3년간 제조·부동산·금융 리스크 해소

류허가 주장하는 시진핑 2기 체제의 경제 정책 방향은 일목요연하며 단계적 로드맵도 완성돼 있는 상황이다.

핵심은 '하나의 총체적 요구'에 따른 '하나의 주요 노선'을 견지하는 것이다. 하나의 총체적 요구는 중국 경제가 양적 발전을 중시하는 고도 성장기를 지나 질적 발전 시대로 진입한 것을 의미한다.

1인당 평균소득이 80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향하는 상황에서 소비·서비스업·도시화율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양적 발전에서 질적 발전으로의 체제 전환이 연착륙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 '하나의 주요 노선', 즉 공급 측 구조 개혁이다.

류허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 강연을 통해 "개혁을 통해 공급 체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질적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라며 제조업 분야의 과잉생산 해소, 부동산 시장의 잉여 재고 해소, 과도한 부채(레버리지) 해소를 강조했다.

실제 2016년 이후 철강과 석탄 생산량이 각각 1억1500만t과 5억t가량 감소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가 경제 사령탑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류허는 금융 리스크 해결, 빈곤 탈출, 오염 퇴치 등 3대 공격전을 전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히 그림자 금융과 지방정부의 비공개 채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3년간 레버리지 비율 통제, 은행·보험업 규제 강화, 실물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류허가 주룽지(朱镕基) 전 총리처럼 부총리와 인민은행장을 겸직(1993~1995년)하리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이강(易綱) 부행장이 행장으로 내부 승진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다만 류허가 이강을 인민은행장으로 천거한 것으로 알려져 인민은행의 금융정책 입안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현재 30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절대빈곤층을 5년 내에 완전히 해소하고, 오염물 방출 총량을 3년 동안 획기적으로 낮추는 오염 퇴치 작업에도 류허의 입김이 작용할 전망이다.

◆시진핑 친구이자 경제 책사, 자유무역주의자

시 주석과 류허는 베이징 101중학 같은 반에서 공부한 동창이자 친구로 전해진다.

각각 중국 8대 혁명 원로 중 한 명인 시중쉰(習仲勳)과 공산당 서남국 조직부장을 지낸 류즈옌(劉植巖)을 부친으로 둔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및 고관 자제) 일원이다.

문화혁명 시기 시 주석은 산시성으로, 류허는 지린성으로 하방(下放)된 공통점도 있다.

류허는 인민대학 공업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1986년부터 국무원에서 경제 관료로 성장한다.

1992년 세턴홀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 1994~1995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미국 경제를 공부하기도 했다.

류허는 시 주석 집권 첫해인 2013년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으로 승진하며 정치적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장관급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당대회를 거치며 25명의 중앙 정치국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짙은 시 주석 체제에서도 중국은 대외 개방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류허가 개혁과 자유무역 신봉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보스포럼 강연에서 "과거 40년간 중국 경제가 기댄 것은 개혁·개방이며 미래 경제의 질적 발전을 추구하며 기대야 할 것도 개혁·개방"이라며 "전면적 대외 개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국제무역 규칙을 준수하며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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