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국과수 사체 보관실에서 시체가 사라진 후 그를 쫓는 형사 중식(김상경 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 진한(김강우 분), 사라진 아내 설희(김희애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을 그린 작품.
극 중 김강우는 완전 범죄를 계획한 남편 박진한 역을 맡았다. 진한은 재벌가 회장 아내의 소품 같은 삶에서 생명력을 잃어가던 대학교수. 숨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이혼을 결심하지만 그럴수록 설희의 집착은 심해지기만 한다. 결국 아내를 완벽하게 살해할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한 진한. 완전범죄를 확신하던 그는 경찰로부터 아내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베테랑 형사 중식은 국과수에 찾아간 박진한을 보고 용의자로 몰아가고 진한은 아내가 살아있다는 흔적들을 발견, 혼란에 빠진다.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혜진으로부터 ‘꿈’에 대한 질문을 받는 진한의 모습이에요. 그 질문을 계기로 진한이 각성하게 되죠.”
김강우가 언급한 장면은 대학교수인 진한과 제자 혜진(한지안 분)이 마음을 쌓아가는 장면이다. 어느 날 갑자기 진한의 수업을 찾은 혜진. 그는 톡톡 튀는 질문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 점차 진한의 마음에 들어오게 된다. 함께 공부하고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게 된 두 사람. 혜진은 진한에게 ‘꿈이 뭐냐’며, 꽉 막혀있던 그의 삶에 질문을 던진다.
“진한은 이유 불문 나쁜 놈이지만, 연민이 가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어요. 불안해서 감독님께 신을 더 만들어 찍자고 조르기도 했죠.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진한이 쌓인 데미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작은 것 하나에도 부부사이를 가늠할 수 있게요. 하지만 가장 집중했던 건 혜진과의 대화였어요. 혜진이 제게 ‘꿈이 뭐예요?’라고 묻는 걸 포인트로 ‘각성’의 기회를 삼았어요. 아니라고 믿고 싶고, 부정하고 살았지만 진한이 원한 삶은 이게 아니었던 거죠. 혜진이는 그걸 건든 거고요.”
진한의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장면이었다. 삶에 지친 진한이 극악무도한 범죄까지 세우게 되는 과정을 최대한 ‘납득’이 가도록 만들어야 했다. 김강우는 혜진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진한만의 감성을 만들어갔고 캐릭터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한편 김강우의 섬세한 표현력, 예민한 연기를 즐길 수 있는 ‘사라진 밤’은 지난 7일 개봉해 현재 절찬 상영 중이다. 러닝타임은 10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