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과 23일 제약업계에서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가 열린다. 두 날짜에만 43개사가 정기주주총회를 연다.유한양행 등 주요 제약사 상당수는 전문경영인(CEO) 재선임을 논의하며 업무 성과를 평가할 전망이다.
13일 금융감독원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16일에는 23곳이, 23일에는 20곳이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특히 유한양행·대웅제약·종근당·중외제약·일동제약·셀트리온 등 주요 업체 CEO가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임기가 끝난다. 이 중 상당수는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이 회장이 23일 주총에서 재선임으로 6연임이 되면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과 함께 평사원 출신 ‘최장수 CEO’로 기록된다. 특히 현재 만 76세인 그가 임기 3년 회장직에 재선임되면 사실상 80세까지 지휘봉을 쥐게 된다는 점도 제약업계 역사로 남게 된다.
22일 주총을 개최하는 JW중외제약도 주목된다. 이경하 JW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말 전재광 JW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과 한성권 JW중외제약 대표이사 사장을 서로 교체하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치로, 이 둘은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 자리를 확정짓고 이후 3년간 성과를 비교·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과 김영주 종근당 사장도 16일 주총에서 재선임이 결정된다. 이 사장은 2015년에 취임해 2014년 1조원대 매출 제약사로 올라선 유한양행을 지난 3년간 꾸준히 성장시킨 1등 공신이다. 김 사장도 같은 시기에 취임해 종근당을 급성장시키며 1조원대 매출액을 바라보게 만든 주인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오랫동안 대웅제약을 이끌어온 이종욱 대표이사 부회장은 23일 주총을 기점으로 물러나 고문을 맡게 되면서 다른 CEO들과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대웅제약은 이번 주총에서 윤재춘 대웅 대표이사 사장과 전승호 글로벌 사업본부장을 차기 공동대표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매출 성장뿐 아니라 2016년 해외 의약품 판권계약 종료에 따라 2000억원대 규모의 매출 공백이 발생했음에도 매출액이 소폭 하락하는 데 성공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 퇴임에 대해 윤재승 대웅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 성격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회장은 2014년 9월 회장에 오른 후 젊은 임원들을 배치하며 파격적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으며, 이 부회장 퇴임은 조직개편 ‘화룡점정’이 됐다.
이외에 김만훈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과 김철준 한독 사장, 김정호 서울제약 사장,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 안재만 국제약품 사장 등도 이번 주총을 통해 재선임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정부는 슈퍼 주총데이를 차단하고자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했다. 지난해에는 슈퍼 주총데이에 기업 90%가량이 몰린 바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슈퍼 주총데이에 정기주총을 여는 동화약품·동국제약 등은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사유 신고’를 공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