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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로이터]
북·미 정상회담이 전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미국 언론에서는 외교 전문가들의 다양한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교착 상태에 있던 북·미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과거 북한과의 대화를 살펴볼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21세기 들어 핵실험한 유일한 국가"···"북·미 협상 과거 실패 기억해야"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조심스러운 시선도 있다, CNBC는 "북한은 21세기 들어서 유일하게 핵실험을 한 국가이며, 2006년 이후 6차례에 달하는 핵실험을 했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은 북핵문제 대치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북한과의 협상이 몇년 지나면 무너지는 사례만을 목격해온 외교관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북한과 협상에 나섰으며, 무려 1년 반이 넘는 협상 뒤에 제네바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미국은 북한의 NPT 잔류를 전제로 경수로를 교체해주고 대체에너지를 제공키로 했으며, 또 외교대표부의 교환설치와 미국의 핵선제 불사용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2002년 북한은 핵동결 해제 및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했으며, 북·미합의는 유명무실하게 됐다. 이어 북한 2005년엔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2006년 1차 핵실험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2·13 합의가 나오지만, 이 역시 실패하게 되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2012년 북한의 핵동결·미사일 발사 유예와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골자로 하는 2·29 합의를 발표했지만 역시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멈추지 않은 전례가 있다는 점을 현지 언론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미국이 큰 양보를 해선 안돼"···갈루치 "협상 성공에는 회의적"
제프리 루이스 미 비확산센터(CNS) 소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리비아 등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게 김정은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끝냈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지게 됐다"면서 "북한과 대화할 필요는 있지만, (미국이) 먼저 양보를 많이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라 벨 전 미 국무부 핵 정책 고문 역시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김정은을 믿을 수 있는 이유가 많지 않다"면서도 "재앙적 갈등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가지고 이 제안을 살피고 현실적인 단기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벨 고문은 또 핵 협상은 적어도 수개월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백악관이 오랜 기간 협상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대사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놀랍고 환영할 만한 발전이라고 평가했지만 회의적인 입장을 감추지는 않았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북한과 협상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중요한 결과를 낼 수 있지만, 동시에 적어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우리를 속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게다가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대사가 협상했던 1993년과 지금의 북한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이번 협상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기를 바라지만, 내 돈을 '성공'에 걸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