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만남 제안에 흔쾌히 수락했지만 회담 성사까지는 여전히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또 회담 테이블에 어떤 의제가 오를지도 아직 물음표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최대 쟁점인 북핵 문제가 중심적 의제가 되고, 한반도 문제의 궁극적 이슈인 평화체제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특별메시지에 답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인권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인질 3명에 대한 '석방카드'가 전달됐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김 위원장이 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고, 한반도의 미군 주둔을 용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미 간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양상이다. 당장 회담 장소를 어디로 정할지도 관건이다.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스웨덴, 스위스, 중국 베이징, 판문점, 국제 공역상 선박 등을 거론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제 문제는 두 사람의 첫 번째 만남의 시간과 장소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라며 "모두 정하는 데 몇 주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외신을 중심으로 판문점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스위스·스웨덴·제주도 등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 판문점도 유력한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의 비핵화를 조건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 또는 북·미관계 정상화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북·미 간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에 단계적 절차를 밝힐지, 미국이 CVID를 어떻게 요구할지 두고 봐야 한다"며 신중한 전망을 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화할 때까지 산적한 변수를 적절히 관리하는 데 혼신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비핵화 문제를 놓고 공통분모를 마련할 수 있도록 '사전정지' 역할을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성패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고,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조치가 나오도록 김 위원장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결국 북한이 비핵화 검증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미국이 말하는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에 대한 태도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북핵 검증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동의할 때 제재 완화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대북특사와의 협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함께 대화 기간,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 정부의 비핵화 구상인 핵동결에서 핵폐기에 이르는 2단계 로드맵에 시동을 거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안보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이를 바탕으로 향후 북·미 대화를 통해 '핵 동결'을 이뤄내고, 이후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폐기하는 수순을 밟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항구적인 평화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북·미 양측에 평화체제 논의를 제안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김 위원장이 핵 포기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체제 보장'의 핵심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김 위원장이 받아들일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평화체제 논의에는 자연스럽게 북·미 상호 불가침 약속과 함께 당사국들이 인위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자연스럽게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연결시켜 북·미 관계 정상화까지 포괄하는 큰 틀의 '담판'을 짓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또 향후 전쟁의 실질적인 당사국들이 함께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해 4자 회담 또는 6자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북·미 대화의 산파역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방미 귀국 후, 12-15일 중국과 러시아·일본을 방문하는 것도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