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의 신구세력의 대결로 볼 수 있는 샤오미(小米)와 거리전기(格力電器)의 통 큰 내기에 대해 둥밍주(董明珠) 거리전기 회장이 여전한 자신감과 함께 코웃음을 쳤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자격으로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인대)에 참석한 둥 회장이 8일 샤오미와의 내기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샤오미는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실적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만약 상장한다면 공개된 실적을 비교할 마음이 있다. 하지만 상장 후에도 비교 대상은 시가총액이 아니라 매출이다. 웃겨 죽겠다"고 답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9일 보도했다.
지난 2013년 중국중앙(CC)TV가 선정한 '올해의 경제인' 시상식장에서 만난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이 둥 회장에게 "5년 내 샤오미가 거리전기 매출을 뛰어넘겠다"고 자신하면서 두 사람의 10억 위안(약 1700억원) 내기가 시작됐다.
샤오미는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샤오미 측이 "연간 목표치인 1000억 위안 매출을 사전 달성했다"고 밝혔고 최근 올해도 1000억 위안을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면서 1000억 위안을 웃도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비교하면 거리전기의 매출이 샤오미를 앞선다. 거리전기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1120억 위안 이상으로 업계에서는 지난해 총 매출이 155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경보는 시장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일단 내기는 거리전기의 승리가 될 확률이 매우 크다"면서 "올해 거리전기의 매출 목표는 2000억 위안으로 샤오미가 연내 매출을 2000억 위안 이상으로 끌어 올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샤오미의 초고속 성장세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2013년 매출 316억 위안에 불과했던 샤오미가 최근 1000억 위안을 넘어 거리전기를 바짝 추격하는 수준까지 성장한 것이다.
사실 지난 5년간 샤오미가 걸어온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혜성처럼 등장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재패하고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지만 저작권 문제에 따른 해외시장 진출 좌절, 국내 신생 브랜드와의 경쟁 등에서 밀리며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 인도 시장 공략에 성공, 국내 시장에서도 나홀로 매출 급증세를 보이는 등 부활의 신호탄을 쐈고 곧 중국 1위를 재탈환하겠다는 야심까지 내보였다.
올해 기업공개(IPO)도 예고돼 시장 기대감이 크다. 심지어 상장할 경우 시총은 샤오미가 거리전기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둥 회장이 비교 대상이 '시총'이 아니라 '매출'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샤오미는 연내 홍콩증권거래소 혹은 홍콩과 중국 A주 동시 상장에 나설 것으로 추정되며 상장 후 시총은 1000억~2000억 달러(약 106조8100억~213조6200억원)가 예상된다. 선전증권거래소 상장사인 거리전기의 지난 8일 종가 기준 시총은 3197억96000만 위안(약 504억7000만 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