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서 잠자는 증권사 신사업 인가ㆍ등록

2018-03-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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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새 사업에 나서려고 인·허가와 등록 심사를 신청해도 금융감독원은 해를 넘긴 채 답이 없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둘러싼 발행어음업 인가 논란은 이제 지긋지긋할 정도다. 증권사가 자기 돈을 스스로 운용하는 '인하우스 헤지펀드' 등록조차 4~5개월을 훌쩍 넘기고 있다. 과거 인·허가보다 문턱이 낮은 등록 사안은 길어봐야 두 달이면 심사를 끝냈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다섯 달 전인 2017년 10월 금감원에 신청한 인하우스 헤지펀드 등록은 지금까지 처리되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위해 2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 일찌감치 자기자본투자(PI) 부서가 실험 운용을 해왔다. 해당부서는 1000억원을 투입해 헤지펀드와 똑같은 방식으로 운용했고,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000억원은 헤지펀드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만한 규모"라며 "키움증권이 가상 운용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체 헤지펀드 운용사 115곳 가운데 설정액이 1000억원 이상인 회사는 2월 초 기준 40곳 남짓(NH투자증권 집계)에 그쳤다.

키움증권 고위관계자는 "가상 운용이었지만 웬만한 펀드 수익률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미 키움증권은 헤지펀드 운용업 등록을 신청했을 뿐 아니라 새해 들어 헤지펀드운용팀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얼마 전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3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RCPS 발행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1조70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됐다. 이번 자본확충은 신용공여 한도를 늘려줄 뿐 아니라 PI에도 활용될 수 있다.

키움증권은 자회사를 통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 키움예스저축은행 인수와 우리은행 출자에 각각 897억원, 3448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사모펀드를 활용한 지분증권 투자에도 꾸준히 나서왔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키움증권이 얼마 전부터 자본조달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에 들어오는 자금도 높은 위험을 부담하는 운용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금감원이 손을 놓고 있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초대형 IB로 지정한 대형 증권사 5곳 가운데 알맹이인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은 회사는 지금까지 한국투자증권 1곳뿐이다.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불리고도 자본 효율성만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른바 적폐청산 과정에서 여러 이슈에 노출돼 있고, 그러는 바람에 통상적인 업무처리가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비해 업계에서는 갈수록 나빠지는 수익성을 만회하려고 여념이 없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험이 크지 않던 사업구조를 위험을 떠안는 IB나 PI로 바꾸는 것이 요즘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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