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연극학과 학생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교수 재임 중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배우 조민기를 향해서다. "사실무근"이라는 조씨의 해명이 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20일 성추행 의혹으로 조씨가 교수직을 사임했다는 본지의 단독 보도(▶바로가기) 이후 조씨의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 측은 "명백한 루머"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수업 중 사용한 언행이 수업과 맞지 않는다는 대학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도의적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A씨에 따르면, 조씨는 2014년 12월 학교 인근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 A씨를 불러 술을 마셨다. 조씨는 A씨에게 "자고 가라"고 권했고, A씨가 침대에 눕자 그 옆에 누워 A씨의 옷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A씨는 이날 청주대 웹사이트 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재학생들이 여러 명 있는 술자리에서 (조씨가) 뽀뽀를 하고 손을 잡고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행동은 너무나 부지기수"라며, 조씨로부터 언어적 성희롱 또한 당했다고 밝혔다.
A씨는 "피해자와 제보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는 조씨의 해명을 반박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말 학교 차원의 진상 조사가 있었지만, 자신을 포함한 일부 피해자들은 졸업생 신분이었기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후 학과 조교를 통해 교수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인근에서 만난 재학생 B씨 역시 "조씨의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 맞다"고 말했다. B씨는 동기 여학생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2013년 여름방학 직전 정기공연 뒤풀이가 끝난 뒤 조씨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여학생을 따라 들어가 강제로 입을 맞췄다는 것이다. B씨는 "술자리에서 여학생들 신체를 만지는 것은 조씨의 습관"이라고도 했다.
B씨는 지난해 11월 당시 학과 내에 조씨의 성추행 공론화 움직임이 조성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당시 학과 내 '단톡방'에는 "조민기 교수님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정확한 진상 규명과 마땅한 처벌을 요구한다는 청주대학교 재학생들의 서명입니다. 이에 동참하시는 분들은 정해진 날짜와 학회실로 오셔서 서명에 동참해주시면 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공지사항으로 올라왔다.
B씨는 "구설수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면서 "사실이 아니라면 학과 전체에서 이런 움직임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재학생 C씨는 "2014년 7월경 조씨와 함께 공연 워크숍 뒤풀이 후 노래방에 갔다. 다같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조씨가 한 여학생의 뒤에서 접근해 가슴 부위를 만졌다"고 증언했다.
C씨는 "같은 자리에 다른 사람들도 많았는데, 여기에 신경 쓰는 사람은 저밖에 없는 것 같더라"면서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했는데 '나는 여기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완강하게 어필해 공론화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졸업생 D씨 역시 "조씨가 공연 뒷풀이 술자리에서 예쁜 여학생들을 계속 옆자리에 두려고 하고 껴안기도 했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D씨는 "같이 공연을 준비하던 후배들이 '조씨가 밤마다 불러낸다. 너무 힘들다.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고 상담을 요청한 적도 있다"면서 "(전체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다. 최소한 한 학번에 한두 명은 무조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씨의 성추행이 수년간 상습적으로 반복돼 왔음에도 여태껏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제보자들은 입을 모아 연극학과의 특수성을 꼽았다. 학과 교수이자 중견 배우인 조씨가 자신들의 진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B씨는 "자칫 잘못하면 그 세계에 발도 못 들이고 끝날 수도 있다. 그 두려움 때문에 말 안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들이 용기를 내 증언에 나선 것은 조씨가 성추행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이렇게 언론화가 됐고 피해자들이 수두룩한데 조씨 측에서 발표한 글을 보니 어이가 없고 너무나 화가 난다"면서 "잘못을 했으면 인정을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