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미국 이외 지역에 있는 글로벌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표시 부채가 10년 만에 2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행보 속에 달러 강세 가능성이 높아지면 기업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의 통계를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기업(금융기관·공기업 제외)이 은행과 기관투자자에게서 빌린 달러 부채 잔액은 21조856억 달러(약 2경3342조2400억원)로 사상 최고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흥국의 달러 부채도 2조8350억 달러(약 3027조4965억원)로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각국 투자자와 은행들이 신흥국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규모 달러 자금을 제공한 데 따른 것으로, 신흥국 달러 부채는 내년까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신흥국들이 과거 외환 위기를 발판 삼아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등 대비에 나서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16년 12월 대비 약 13%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긴축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달러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했을 당시보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변제해야 할 금액이 그만큼 커진다. 달러 표시 부채가 또 다른 금융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달 초 취임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연준의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고용률 등 금리 인상의 기준이 되는 경제 지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당장 다음 달 예정돼 있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취임 이후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달러 강세 우려를 부추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10년물 국채 금리는 3%에 육박하면서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18일에는 2.873%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다만 통상 국채 장기 금리의 고비를 3% 수준으로 보는 점에 비하면 안도하긴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