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개막식에서 남과 북의 선수단이 하나가 되어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했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북측 응원단과 공연단의 방문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 뜨거웠다. 한편에서는 이것이 남북한의 평화 의지를 세계에 과시해 올림픽 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인 평화에 한 걸음 다가간 쾌거라고 평가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가 애써서 유치하고 준비한 대회를 북한이라는 호전적이고 세계의 웃음거리인 깡패 국가에 그 공을 넘겨준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인가, 평양 올림픽인가’란 논란이 지속되는 지금 과연 어느 편이 옳은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올림픽이 끝나고 그 열기가 식은 다음 냉정을 되찾은 가운데 이해득실을 엄밀하게 따져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러한 뜨거운 논쟁이 계속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이러한 대회가 국가 브랜드라는 중요한 가치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가 올림픽 같은 국제적인 메가 이벤트를 개최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금, 인력 등 많은 자원이 소요되고 개최지 시민들에게 교통 문제 등 여러 가지 불편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나 도시가 이러한 행사를 유치하려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국가나 도시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몇 년 동안 27위권에서 머무르고 있다. 지난 정부들이 막대한 노력과 예산을 들여 이 가치를 높이려고 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을 바탕으로 진보 정부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기치를 높이며 대외이미지 위원회를 설립 운영했으나 별무 성과였다. 그 다음 보수정권은 대통령 직속 브랜드위원회를 설치하여 여러 가지 야심찬 사업을 진행했으나 이 역시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라는 브랜드 구호는 지금 쯤 어느 구석에서 먼지에 뒤덮여 잠자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야심찬 사업들이 계속 실패한 것을 보면 정부의 브랜드 정책에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떤 이유일까?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 부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기 정권 입맛에 맞는 정책을 새로 추진하면서 과거 정책은 깡그리 폐기한다. 이런 문제는 비단 브랜드 정책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그 폐해는 특히 브랜드 문제에 있어 심각하다. 한 나라의 대외 브랜드 이미지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고 한번 형성되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것은 국가 브랜드가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고정관념)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브랜드를 무시하고 무조건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 실패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영국은 몇 년 전 ‘쿨 브리태니아’라는 신선한 브랜드 캠페인을 벌였지만 이것이 영국의 오랜 전통을 무시하고 너무 새로운 것만을 강조한다는 비판 때문에 실패한 바 있다. 우리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새 정부라고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무시하고 무조건 새로운 정책을 내 세우면 당연히 실패한다. 이와 관련하여 꼭 필요한 것이 브랜드 정책 수립 이전의 사전 조사와 연구이다. 현재 우리 나라가 갖고 있는 대외 브랜드와 이미지가 무엇인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하고 체계적인 조사이다. 이에 대한 완벽한 분석이 끝난 이후에나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들을 수행하는 데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나 민간 연구 기관 등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우리의 현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외국의 전문가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우리를 보는 시각은 항상 우리 위주의 관점이 들어 있어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평창올림픽으로 돌아가 보자. ‘평화 올림픽’이라는 원래 우리의 구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를 줄이고 국제사회를 안심시키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하려는 국제 스포츠계는 원래 이를 탐탁하지 않게 여겼다는 후문이다. 우리가 올림픽 유치에 두 번이나 실패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은 반면 이러한 점을 극복하고 우리의 열정적인 국민성을 보여주어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었다고 본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올림픽이 끝난 후 어떻게 이러한 열정을 이어가서 우리의 국가 브랜드로 발전시키는가 하는 것이 남은 과제이다. 평창이든, 평양이든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것이 우리의 향후 국익을 극대화시키는가 하는 전략적인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