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증시 전망을 보면 코스피 예상범위 상단은 단기적으로 2400선 안팎이다. 전고점을 단박에 회복할 만한 재료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얘기다.
코스피는 9일까지 한 주 동안 2525.39에서 2363.77로 6.84%(161.6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1451억원, 1조8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만 2조1043억원어치를 샀다.
이달 들어 7거래일 가운데 외국인이 순매수한 날은 하루뿐이다. 1월만 해도 2조원어치 가까이 주식을 샀던 외국인이 가장 큰 매도 주체로 돌아섰다.
미국은 인플레 우려로 긴축(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이보다 앞서 미 국채 금리가 뛰고 있다. 조만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변화가 세계적인 '머니 무브' 신호탄으로 읽히기도 한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 금리가 뛰면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증시가 세계적인 위험자산 회피심리에 연동돼 추락했다"며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공세가 일제히 전개되면서 하방압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21일 1월 의사록을 내놓는다. 여기서 어떤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했는지에 따라 시장이 다시 한 번 출렁일 수 있다. 이재선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는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며 "당분간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리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이런 우려를 풀어야 투자심리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3월 FOMC 통화정책회의가 변곡점을 만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골디락스 자신감 여전히 유효
미국이 올해 당장 심각한 인플레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대로 경기침체 악순환으로 다시 빠져들기도 어려워 보인다.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이상적인) 경제에 대한 자신감은 여전히 살아있다.
"바닥은 있게 마련이다"라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미 금리 인상도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바탕에 두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사전적인 경계감에 따른 것"이라며 "골디락스 환경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 연준도 근본적인 기조를 바꾸지 않았고, 금리 인상 우려에 휘둘려 투매에 동참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곧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10년 동안 1조5000억 달러(1600조원)를 들여 사회기반시설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프라 투자를 감안하면 소재와 산업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금융이나 바이오는 올해에도 눈여겨 봐야 할 종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