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공룡들이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인 완다(萬達)그룹의 구조조정에 뛰어들었다. 텐센트, 징둥그룹에 이어 알리바바도 완다그룹에 대한 투자를 선언한 것. 중국 현지 매일경제신문은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이 왼쪽에 텐센트를, 오른쪽에 알리바바를 품었다고 묘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완다필름은 지난 5일 알리바바 그룹, 원터우홀딩스(文投股份)와 완다그룹이 보유한 자사 지분 12.77%를 주당 51.96위안(약 9000원)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전략적 투자협의를 체결했다.
완다필름은 5일 선전거래소 공시를 통해 “알리바바는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 방면에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알리바바이 완다필름의 향후 사업 발전을 인정하고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완다그룹은 "완다필름은 지분 매각을 통해 전략적 가치투자자를 유입한 것”이라며 “두 회사는 단순히 자금만 투자하는 게 아닌 완다필름과 상호보완적 관계로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냄으로써 완다필름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완다그룹 산하 영화기업인 완다필름은 중국 최대 영화관 체인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132억 위안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전역에 516개 직영 영화관에서 4571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시장 점유율은 14%에 달하는 1위다. 지난 2015년 1월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중국 증시 제1호 영화관 상장기업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완다필름은 성장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는 추세다. 2015년 49.85%에 달했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18%로 고꾸라졌다. 박스오피스와 관객 수 증가율도 2015년 49.6%, 48.9%였지만 지난해 15.7%, 16%로 크게 둔화됐다. 이에 최근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투자·제작·발급, 온라인게임 발급·운영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시장의 관심은 단연 알리바바가 완다필름에 투자한다는 데 쏠렸다. 완다필름과 알리바바는 향후 영화 발급 및 홍보, 영화투자, 온라인 티켓판매, 광고·파생상품 홍보 판매 등 방면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알리바바는 향후 빅데이터, 컨텐츠 플랫폼 등 방면에서 완다필름의 발전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로써 완다필름에 '인터넷 DNA'를 주입하는 셈이다.
알리바바로서도 완다필름과의 전략적 협력은 플러스 요인이다. 알리바바는 2016년 10월 산하의 알리필름, 유쿠, 알리음악, 알리음악, 알리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통합해 알리바바 문화·엔터테인먼트그룹을 설립했다. 미국 할리우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사 '앰블린 파트너스' 지분도 인수하는 등 영화 방면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이로써 오는 2020년 세계 최대 영하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영화시장에서 더욱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사실 완다그룹에 투자한 인터넷기업은 알리바바뿐만이 아니다. 약 일주일 전에도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징둥그룹 등이 완다그룹 산하 부동산개발기업인 완다상업과 전략적 투자협의를 체결해 약 340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중 텐센트는 100억 위안을 투자해 완다상업 지분 4.12%를, 징둥이 50억 위안을 투자해 지분 2.06%를 확보하게 됐다. 이들은 완다상업이 부동산개발업체에서 부동산 임대·경영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할 계획이다.
이로써 중국 4대 인터넷공룡인 'BATJ(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닷컴의 이니셜)' 중에서 바이두를 제외하고는 모두 완다그룹에 투자한 셈이다.
사실 완다그룹은 지난해부터 부채 압박에 시달리며 자산 구조조정에 주력해왔다. 지난해에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산하 테마파크, 호텔 등 약 11조원어치에 달하는 주요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부동산 재벌에서 종합 경영그룹으로 변신을 모색해 왔다. 텐센트, 알리바바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도 완다그룹의 구조조정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회에서 "기업 부채를 계속해서 줄여나갈 것"이라며 "비핵심자산 매각, 경영권 유지 조건아래 지분매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