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준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이 전년 대비 3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의 자본유출 통제와 미국 등 해외 국가의 견제로 중국 기업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 신랑망(新浪網)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총 411건, 거래규모는 1371억 달러(약 146조원)로 M&A 최고치를 기록한 2016년도의 2042억 달러보다 32.8% 줄었다.
민영기업이 여전히 M&A 활기를 주도하고 있지만 10억 달러 이상 큰 거래 상당수는 국부펀드와 국유기업 주도로 이뤄졌다. 민영기업은 4차 산업과 관련된 하이테크 분야에 적극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유럽의 비중이 하락한 반면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3분기 기준 중국 해외 M&A에서 유럽·미국의 비중은 지난해 77%에서 50%로 급감했다. 아시아의 비중은 일본과 싱가포르 중심으로 7%에서 27%로 급증한 474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2017년 3분기 기준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2016년 같은 기간 대비 51%나 감소해 25억 달러에 머물렀다. 이는 2013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이다.
해외 호텔 투자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2014년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매입했던 안방보험의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 구금돼 소재가 불명하다는 것이 중국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둔화 증세는 중국 정부가 자국 자본의 해외 유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미국 등 선진국이 중국의 M&A를 제한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17년 8월 중국 국무원은 금융시스템의 자본유출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의 해외투자 범위에 대한 규제를 발표했다. 여기엔 중국 기업이 해외 부동산·호텔·오락업체·스포츠 클럽 등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관련 투자는 적극 장려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자산 유출을 금지하면서도 외국의 자산은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 부장은 최근 한 매체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투명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중 부장은 “올해는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 활용을 늘릴 것”이라며 “공산당의 개방 계획은 지체 없이 진행될 것이고, 중국은 2050년까지 강력한 비즈니스 국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2017년 11월 베이징의 로펌인 데이비스 폴크 앤드 워드웰의 하워드 장 파트너는 "당국이 우려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레버리지를 최대한 동원해 투자자의 자금과 은행 자금을 끌어들이고 모든 리스크를 투자자와 은행들에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중국의 과도한 자본 통제로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물론 외국 기업의 대(對)중국 투자도 감소하는 추세"라고 지적하면서 "중국 당국은 당분간 자본 유출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 규제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봤다.
시장경제에 개입하는 당국의 각종 규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차오원롄(曹文煉)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제협력센터 소장은 지난해 7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기업의 해외 투자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투자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일 뿐"이라며 “기업의 해외 투자에는 수많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그것을 정부가 방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에서는 중국 정부의 규제책이 해외 투자를 저해하는 조치로 느껴질 수 있지만 국가는 기업 활동이 국제법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다"며 "규제의 목적은 기업들에게 보다 신중하고 현명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