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大진단] 신세돈 교수 "올해 반도체 효과는 없어지고 일자리는 더 안 좋아질 것"

2018-01-22 10:00
  • 글자크기 설정

소득주도성장 정책 공감하지만 '기업이 잘 돼야 하는' 전제 필요

지난해 3%대 경제성장률 삼성전자에 치중… 실상은 '속빈강정'

GDP 대비 집값 오른 것 아냐… 종부세 인상 조세원칙 검토 필요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교내 연구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돈을 잘 벌어야 그 돈으로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많이 주고 선순환 과정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경기가 앞으로 더 좋아질 이유가 있어요? 올해 반도체 효과는 없어지고, 일자리는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외환·환율 전문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였던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바라본 한국경제의 현주소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J노믹스'가 올해부터 본격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국내총생산(GDP) 3% 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 등 가시적인 변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 교수의 발언 깊숙한 곳에는 정부가 성장엔진을 달굴 세세한 부분이 미흡한 것은 물론, 나라 안팎의 난관을 뚫을 위기의식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미가 짙게 배어 있다.

무려 3년 만에 3%대 성장 복귀지만, 탄핵정국의 불확실성 해소와 새 정부 출범으로 15조원 규모의 추경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적잖다.

"한국 경제 돌파구 기업에서 찾아라"

신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공감대를 나타내면서도 '기업이 잘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자체는 맞는 말이다. 문제는 기업이 장사가 잘돼야 한다"며 "기업이 돈을 잘 벌어야 그 돈으로 근로자에게 급여를 많이 주고, 선순환 과정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정부의 주장 앞에는 기업이 없고, 무턱대고 근로자에게 급여를 많이 지급하라는 식"이라며 "(예컨대) 최저임금 인상이 어느 정도로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지, 세밀한 분야별 분석도 없이 무리하게 임금만 인상하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총·칼을 앞세워 기업을 밀어붙이지만 말고, 기업가 정신을 갖고 그들을 감동시켜줘야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정주영 현대 창업주처럼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고, 단추는 결국 기업가가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대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수가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홍보하지만, 내면에는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면 당연히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시급하게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인상 이후 어떤 여파가 일어나는지 충분히 숙려하는 기간을 거쳐 정책을 펼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낮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순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를 대상으로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1개월 이상 고용할 경우,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런데 190만원 기준이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실정이다.

신 교수는 근본적으로 현재 정부의 경제 관료들이 경제를 정확하게 못 본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을 예로 들며 "나는 30년 넘게 경제를 공부했지만, 금융분야를 빼면 그리 잘 알지 못한다"면서 "경제를 전공했다고 너나 할 것 없이 경제 전문가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부분"이라고 일갈했다.

신 교수는 "경제정책은 조세, 노동 등 각 분야별 전문가 수십명을 모아놓고, 첨예한 논의와 숙려 기간을 거쳐야 체계 잡힌 정책이 나온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 정책은 전혀 그런 구조가 아니라 소위 이념 논리가 드리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대 경제성장 삼성서 나와"

신 교수는 "많은 사람이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을 하는데, 내가 봤을 땐 사실상 성장이 없었다고 본다"며 "지금 말하는 3% 성장률은 삼성에서 나온 것이고, 삼성을 빼면 성장도 고용도 없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5739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전에 없던 호황을 누리면서 수출 증가세를 이끈 결과다. 무역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최대치로 2016년(4954억 달러)에 비해 15.8% 증가했다.

2016년 수출액이 전년 대비 5.9% 감소하며 위기설에 불을 지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반도체는 세계적인 메모리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세로 수출액이 전년 대비 57.4% 증가한 979억4000만 달러를 기록, 1994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960억 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 총 수출액 중 17%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 보면 수출은 반도체가 홀로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부문 수출 증가율을 계산하면 9.9%에 그친다. 지난해 비약적 수출 증가가 사실상 '반도체 착시효과'라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신 교수는 올해 반도체 효과는 없어지고, 본격적으로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 정부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와 비슷하게 저환율로 가고 있다"며 "2006~2007년 당시 원화를 20% 절상했는데 2년 후인 2008~2009년 때 심각한 수출부진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도 저환율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화 강세가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됐고 1년 정도 시차를 감안하면 올해 수출이 본격적으로 부진할 것"이라며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민간소비 회복세는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대외 경제 흐름세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3.7%, 미국 경제는 2.2%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세계경제 역시 일제히 상승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의 3.6%보다 높은 3.7%로 바라보고 있다.

"종부세 인상 조세기본원칙 검토 필요"

신 교수는 "강남을 잡기 위해 보유세를 매긴다면 현 정부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는 주택이나 토지 등을 보유하고 있을 때 내는 세금이다. 보유세가 공식 명칭은 아니다. 크게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나뉜다. 재산세는 부동산을 보유한 모든 가구가 내는 세금이다. 종부세는 집이 여러 채 있거나 일정 금액 이상 고가 부동산을 보유한 자에게 부과한다.

2005년 도입된 종부세는 일정한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 및 주택 소유자에게 국세청이 별도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택의 경우 개인별 합산 시 6억원 이상,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9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에게 종부세가 부과된다.

신 교수는 "지금 종부세가 한 주택에 9억원이다. 두 주택를 소유했을 경우, 7억원인데 보유세를 매긴다"며 "강남에서 한 채에 9억원인 주택은 세금을 안 물리고, 두 채에 7억원인 주택은 세금을 매긴다"고 말했다.

이어 "한 채를 갖고 9억원까지는 세금을 안 물리니까 강남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며 "이런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부세 인상은 집값 문제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과세형평과 조세정의 등 조세기본원칙에 따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에 비하면 집값이 올랐다고 볼 수 없고, 지역적으로 많이 오른 곳과 안 오른 곳이 있다"며 "내가 사는 동네는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남의 부동산이 다른 곳과 달리 비정상적으로 올라 사람들이 난리를 치는 것"이라며 "참여정부 때를 보면 부동산을 잡기 위해 나섰지만 오히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황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약력> △1953년생 △경북고 졸업 △고려대 법과대학 법학과 중퇴 △UCLA 경제학 학사 △UCLA 대학원 경제학 석사 △UCLA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 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박근혜 캠프 힘찬경제 추진위원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