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날들' 진실 밝혀질까?…5대 사건 논란과 쟁점은?

2018-01-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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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사망사건, 밀양송전탑 등 인권탄압 논란 5대 사건 선정

책임자 경찰 수뇌부 포진, 독립성 어떻게 갖출지 관건

경찰이 과거 인권탄압 사례로 분류된 5대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돌입한다. 사진은 2015년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모습. [사진 = 방송뉴스화면 캡처]
 

경찰이 과거사 청산을 위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5대 사건 재조사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경찰권 행사과정에서 과잉진압이나 인권침해 등으로 논란이 됐던 주요 사안들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 과거의 적폐를 끊겠다는 것이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공권력에 의한 5대 주요 인권침해사건을 선정,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한다.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5대 사건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밀양송전탑 사건 △제주 강정마을 사건 △평택쌍용차 사건 △용산 화재 참사 사건 등으로 국제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 등에서 과잉진압, 인권탄압 등을 지적한 사건이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여한 고(故)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진 사건이다. 당시 백씨의 수술을 맡았던 서울대병원에서는 사망 원인을 급성 신부전증으로 인한 ‘병사’로 기재했다가 논란이 일자 ‘외인사’로 수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외압 의혹이 일었다. 경찰이 이미 쓰러진 사람을 상대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계속 발사한 게 적절한 대응이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경찰은 서울대병원이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을 외인사로 수정하자 공식 사과했지만 ‘정당방위’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밀양송전탑 사건은 경남 밀양에 설치될 고압의 송전선과 송전탑의 위치를 놓고 정부와 지역 주민 간에 벌어진 갈등을 일컫는다. 한국전력공사가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90.5km 구간에 송전탑 161기를 건설하는 공사를 벌였는데, 사업이 시작된 2008년부터 주민이 이를 반대하기 위해 분신자살하는 등 반대여론이 극심했다.

2014년 6월 11일, 경찰이 주민들의 농성장을 강제철거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해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다. 송전탑 반대 투쟁과 관련해 공무집행방해, 집시법 위반 등으로 입건된 주민은 381명, 민·형사사건에 연루된 주민은 383명이다. 전체 764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고초를 당했다. 

제주 강정마을 사건의 관건은 정부가 군 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가한 인권 침해가 어느 정도 심각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2007년 해군이 이 지역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하자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이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수차례 공권력을 투입해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다.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충돌로 연행된 사람만 약 700명에 달하며, 현재 재판 중인 강정마을 주민도 111명에 이른다. 이번 진상조사를 계기로 정부가 ‘주민의 동의 없는 국책사업 반대’를 어떻게 바라보는 지 알 수 있는 판단의 척도도 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쌍용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경찰은 농성을 진압하기 위한 최루액과 테이저건을 사용해 100명이 넘는 부상자를 냈다. 또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사측이 공장의 단전 및 단수 조치를 취하고, 식료품 반입을 막아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용산 화재 참사 사건은 2009년 1월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 30명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6명(철거민 5명,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대참사다. 경찰이 철거민을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경찰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철거민만 기소된 사건이다. 이후 청와대가 연쇄살인사건으로 용산참사 사건을 덮으려 공작한 일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일각에서는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수뇌부들이 현재 경찰의 수장을 맡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밀양송전탑 시위 당시 지휘부였던 김수한 밀양경찰서장과 이철성 경남지방경찰청장은 이후 각각 종로경찰서장, 경찰청장이 됐다. 용산참사 당시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역시 현직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됐다.

경찰은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시민단체 및 인권단체로 구성된 민간위원과 합동 조사를 벌인다. 인권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위원과 공무원 임기제 형태인 진상조사위 조사관을 각각 선발해 조사의 독립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경찰관계자는 "이달 내 채용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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