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정해진 규칙과 규율 속에서 탈피해 이를 파괴하는 새로운 시도가 예상하지 못한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다. 특히 보수적 성향의 집단 내에서는 이단적 움직임이 기존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러한 갈등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뮤지컬 ‘시스터액트’는 한 사람의 변화가 조직 전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다른 일반적인 조직에 비해 보수적인 종교 단체가 배경이 됨으로써 그 효과는 더 크게 느껴진다. 늘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의 수녀들의 돌발적인 모습은 이색적인 동시에 유쾌하게 다가온다.
이번 공연은 밤무대 삼류 여가수가 수녀 합창단의 지휘자가 되는 뮤지컬 코미디 영화 ‘시스터액트(1992)’를 원작으로 한다. 당시 주연을 맡았던 우피 골드버그 특유의 코믹 연기와 신나는 음악으로 개봉 후 15주가 넘는 기간 동안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자리하며 전 세계적인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이 뮤지컬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란 연출자 제리 작스의 말처럼 뮤지컬 ‘시스터액트’는 디바를 꿈꾸는 들로리스가 우연히 범죄를 목격해 수녀원에 숨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체적인 뼈대로 유지하면서 각 캐릭터마다 다양한 매력을 불어 넣어 이야기의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음악 또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다. 작곡가 알란 멘켄이 채운 디스코, 가스펠,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자유자재로 랩 실력을 과시하는 노(老) 수녀의 모습은 또 다른 볼거리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활약 중인 출연진들 역시 탄탄하다. 들로리스 역의 오페라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데네 힐은 풍부한 감성과 가창력으로 우피 골드버그와는 결이 다른 캐릭터 분석을 시도했다. 원장 수녀 역의 레베카 메이슨 와이갈은 베테랑 뮤지컬 배우답게 노련하게 인물들 간의 감정 선을 전달한다.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캐스팅 된 배우 김소향의 존재감도 남다르다. 견습 수녀 메리 로버트 역을 맡은 김소향은 연약한 듯 사랑스러우면서도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시원한 발성으로 반전 매력을 마음껏 뽐낸다.
‘겨땀’ ‘이거 실화냐?’ ‘아주 칭찬해’ 등 인터넷 상에서 쓰이는 유행어를 활용한 센스 넘치는 자막은 보너스다. 공연은 오는 21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