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통화 관련 은행권 현장점검 배경설명과 투기 위험성 경고'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가상화폐와 관련해 고강도 대책이 발표됐지만 실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은 손에 꼽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고사격만으로는 시장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도 증명됐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정부 대책이 나올 때마다 '세일 기간'이 왔다며 오히려 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권에 곧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대책들이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감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시장에 가한 실효 대책은 '가상계좌 발급 중단 조치'와 이달 8일부터 시작된 '은행에 대한 점검' 정도가 꼽힌다. 하지만 가상계좌 발급을 금지하니 법인계좌를 이용해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는 중소형 거래소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중소형 업체는 신규 가입자가 몰려 웹서버가 중단되기도 했다. 은행 점검 역시 간접규제이다 보니 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세당국도 진퇴양난이다. 가상화폐 거래로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 방안을 언제쯤 수립할지 미지수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관련 법이 부재해 현재 인터넷쇼핑몰처럼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된다. 은행을 통한 간접단속만 가능한 상황이다. 주요 거래소들이 만든 자율규제를 중소형 업체들이 준수하지 않아도 따로 제재를 가할 법적인 근거도 없다. 엄연한 규제 공백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상화폐 광풍은 그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더 늦기 전에 광풍을 타려고 SNS 등을 통해 정부 대책을 피하는 방법까지 공유 중이다. SNS를 통해 가상화폐 아카데미 교육생을 모집하는 글도 많다. 최소 투자금은 수천만원대에 달한다.
한호현 경희대 교수는 "현재는 시장에 맡기고 가상화폐 거래를 둘러싼 주변의 상황을 통제하는 수준이다"며 "주변 상황 통제로 시장이 안정화되면 정부 정책은 현 수준에서 머물겠지만 만약 통제가 안 되면 거래 허용 여부를 건드리지 않겠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