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불안과 우려를 말끔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특단의 처방전은 없는가? 국면 전환과 숨통을 틀 수 있는 획기적인 묘책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국가 미래를 위해 보수와 진보, 중·장년과 청년, 수도권과 지방, 기업과 노동자 등 모두 하나가 되어 머리를 싸매고 솔루션을 찾아내는 대화합의 장(場)은 우리에게 사치이고 허영인가. 최소한 국가의 침몰은 피해야 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잠재 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국가 경영과 관련한 하드웨어적 혁신이다. 체질에 맞는 과감하고 획기적인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한 절체절명의 타이밍이다. 1960년대 개발 시대의 산업화와 1987년 민주화 방식의 패러다임은 이미 수명이 끝났다. 최소한 경제 문제만큼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지난 50여년간 후발국의 전형적인 경제발전 모델인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앞만 보며 부지런히 달려 왔다. 경공업→중화학공업→IT 등 글로벌 경제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나름대로 위치 선정을 잘해 나왔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휘청하는 사이 IT·가전, 조선, 철강 등 일부 산업에서는 한때 세계 1등 자리를 누렸거나 아직도 누리고 있기도 하다. 일곱 번째로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와 인구 5000만)’ 가입까지 확실시된다. 그러나 현실이 편하기보다는 어딘가 불편한 구석이 더 많다. 중국은 우리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고, 일본은 긴 잠에서 깨어나 부활의 조짐이 확연하다. 동남아, 인도, 멕시코 등 신흥 ‘세계 공장’들의 기세도 거세다. 모두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일련의 무리들이다. 이·삼류 국가 시스템으로는 갈수록 글로벌 경쟁에서 더 처질 수밖에 없다
총성 없는 글로벌 전쟁 시대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기업이다. 대·중견기업은 혁신과 미래 먹거리 발굴과 관련해 업청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허우적거린다. 이대로는 경쟁에서 패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경쟁자들과의 속도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판이다.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삼류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도처에서 감지된다.
최근 글로벌 경쟁의 두드러진 특징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점이다. 중국과 같은 신흥국들까지 4차 산업혁명 경쟁에 과감하게 뛰어든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5∼10년 후에는 산업화의 선·후발 에 관계 없이 국가경쟁력 순위가 크게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잣대로 우리가 가진 장·단점을 정밀하게 분석, 생존 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대기업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중소·벤처 기업 혹은 스타트업들과의 동반성장 프레임이 필요하다. 정부 등 공공부문은 변신을 위해 뼈를 깎아야 한다. 규제 철폐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무수한 관변 단체들을 과감하게 솎아내야 한다. 직접적 자금 제공을 통한 좀비기업 양산을 끊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시장에서 통하는 양질의 기업을 키워내는 토양 조성이 필요하다.
한편 도처에 만연해 있는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를 제거해야 한다. 삶의 질, 안전과 관련한 공공 일자리는 늘려야 하지만 불필요한 행정 요원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메스를 대야 한다. 해외 공관에 나가 보면 국가 예산만 낭비하는 좀비 고위 공무원들이 수두룩하다. 지방 정부의 경우 지역 개발 등 현안이 있는 곳은 대부분 음지이고, 엉뚱한 곳이 양지가 되어 있다. 국가 R&D는 집단이기주의와 먹이사슬로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준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각종 관변 단체 수장은 퇴직 관피아들의 전유물이다. 민간 부문 역시 초록이 동색이다. 대기업 오너의 비리와 노동자의 이기는 이런 토양에서 더 기승을 부린다.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의 한국이 최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청렴도 평가에서 175개국 중 52위이다.
이런 이·삼류 국가 구조로 미래를 꿈꾸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