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36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추가됐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삼성·롯데 뇌물수수, 미르·K스포츠재단 대기업 출연 강요 등 혐의만 20개로 늘어났다.
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는 당시 국정원장이던 이병호 원장에게 요구해 매월 5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지원한 혐의도 있다.
특히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안봉근 전 비서관을 통해 국정원에 자금 지원을 먼저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정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행태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것으로 추정되는 35억원 가운데 15억원은 이재만 전 비서관이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집행했다.
대부분 사적 용도로 사용됐는데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이 사용한 차명 휴대전화 51대의 구입 및 통신요금, 삼성동 사저 관리·수리비, 기치료·주사 비용 등에 3억6500만원, 박 전 대통령 ‘문고리 3인방’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과 이영선 경호관 등의 명절비·휴가비 등 격려금(9억7000만원)으로 지출됐다.
35억원 중 나머지 약 20억 원은 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이 직접 관저 내실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윤전추 전 행정관을 통해 최씨가 운영하던 의상실에 건네진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자금을 사용하는데도 최씨가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다. 조사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측근 인사들에게 나눠주는 격려금 지급 내역을 최씨가 자필로 정리한 메모도 확보했다.
박 전 대통령의 개인 예금이 재임 기간에 거의 줄지 않았던 이유도 국정원 상납금이 박 전 대통령의 사적인 용도로 대부분 사용됐기 때문이라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은 최씨에게 국정원 자금이 얼마나 흘러들어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재만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낼 때 최씨가 곁에 자주 있었고, 최씨가 2016년초부터 더블루케이 등 다수의 법인을 현금으로 설립한 점도 확인했지만 이들이 조사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추가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뒤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 다른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 관계자들도 순차적으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