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내년 재벌개혁에 대한 고삐를 바짝 당겼다.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국회의 법 개정 동참을 요구하는 한편, 한진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징금 패소에 대해서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마음으로 재벌개혁의 속도를 높인다는 게 김 위원장의 신년 포부다.
김상조 위원장은 31일 내놓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7월 가맹분야를 시작으로 해 한 달 간격으로 유통, 기술유용 분야에 대한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을 마련했고 12월에는 하도급 분야의 불공정관행에 대한 종합적 개선방안도 발표했다"며 "우리경제가 적기(適期)에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이며 재벌개혁은 법률 하나 제도 하나 개선한다고 이루는 게 아닌만큼 혁명이 아닌, 진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공정경제에 대한 국민과 사회의 요구는 2017년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고 제도 개선을 넘어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성과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며 "올해의 공정거래정책은 이러한 외부 환경의 변화와 그로 인한 한계를 고려해 관련 부처와의 유기적 협력 및 다양한 행정수단을 활용하고 체감 가능한 대책을 마련·집행해 ‘공정경제’라는 바퀴를 힘차게 굴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은 중소업체의 혁신성장을 위한 공정경제 기반 확충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의 경쟁원리를 통한 중장기적 성장잠재력 배양, 소비자 지향적 정책을 추진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내부 신뢰도에 대해 "신뢰제고 TF를 통해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을 마련, 외부인과의 투명한 접촉을 확보하기 위한 ‘외부인접촉 관리방안’을 마련·시행한다"며 "새로운 공정위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은 매복된 사랑니를 뽑는 일과 같아 당장은 아프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충실히 설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며 "또 바람직한 기업의 모습은 기업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는 만큼 우리 사회와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재벌개혁과 갑질근절에 대해 논어의 '위산일궤(爲山一簣)',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나오는 ‘소확행’ 등을 예로 들며 작은 성공을 통한 공정경제의 변화를 일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